[경쟁력10%향상 운동 특집] 반도체

최근 전자업계에서 반도체업체 만큼 경쟁력 10% 향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곳도 없다. 반도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전자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상품이었다. 그러나 가격급락의 태풍이 몰아치면서 불과 1년사이에 반도체의 위상은 추락했다. 수출부진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이제는 서자취급도 제대로 못받는 지경으로까지 전락해 버렸다.

이에 따라 그동안 초호황에 취해 생산성 향상과 원감절감 등 경쟁력 제고방안 마련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반도체업체들이 가장 먼저 비상을 걸고 나섰다. 이는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하고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기존 관행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그간 충실히 수행해 온 그룹 내에서의 「돈줄」역할도 자제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간 씀씀이가 컸던 만큼 그 어느 사업부보다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업계의 경쟁력 향상방안은 주로 생산성 높이기와 원가절감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구체적인 추진방법에서는 의식개혁에서부터 접대비 줄이기에 이르기까지 업체별로 각양각색이다.

삼성전자는 가격하락에 대응한 원가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강력하게 펼쳐 온 수율향상 운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 양품률을 나타내는 수율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자부하는 삼성이지만 현재 월 1천2백만개 정도가 생산되는 16MD램을 기준으로 볼 때 수율이 1% 향상될 경우 무려 월 12만개의 생산증대효과가 발생, 가격경쟁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넷다이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칩 사이즈 축소를 통해 한 웨이퍼에서 나오는 칩 수를 증가시킨다는 이 노력은 현재 제4세대 공법을 이용해 웨이퍼당 최고 5백개가 넘는 칩을 뽑아내 원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에서 추진되고 있다.

비생산성 경비절감운동도 전례없이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행사지원, 접대비, 각종 체육대회 및 동호회 지원을 크게 줄이고 심지어 사무 간접비용을 무조건 10%씩 줄여나가고 있다.

최근 반도체 경기위축이 가격급락에서 비롯된 만큼 가격을 올리기 위한 적극적인 감산운동도 펼치고 있다. 하계휴가 및 추석휴가때 전 사업장의 동시휴무를 실시한 데 이어 앞으로도 매월 2회의 일요일 휴무제를 지속적으로 시행, 올 하반기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15% 정도 줄일 계획이다.

LG반도체는 단기적 가격하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라고 보고 올 초부터 공정기술 향상을 통한 네다이수 늘리기, 수율향상 운동을 펼쳐왔다. 이를 통해 10월 말 현재 수율은 10% 향상, 생산리드타임은 50% 단축, 생산성은 무려 80% 가까이 늘어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또 원가절감을 위한 간접비용을 종전보다 30%까지 줄인다는 「허리띠 졸라매기 운동」을 전사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뭉칫돈이 들어가는 투자도 공급여력이 있는 16MD램 투자는 전면 보류하고 차세대 제품 설비투자에 주력한다는 원칙 아래 투자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운동과 함께 제품고도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을 노린다는 전략 아래 「선택과 집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고속메모리와 ASIC 제품을 주력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다.

현대전자는 생산성 10% 향상과 비용 10% 절감을 주 내용으로 하는 「10.10 운동」을 지난달부터 펼치고 있다. 이 운동의 구체적인 추진방향을 보면 생산성, 투자, 수출협력업체 자금지원, 교육훈련, 저축 등은 10% 이상 끌어올리는 반면 경비, 에너지, 납기, 회의시간, 일회용품 및 쓰레기는 10%씩 줄이자는 것이 요지다.

특히 제품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R&D부문 투자확대, 인재 육성방안 마련, 현대기술상 확대실시 등을 추진키로 했으며 경영체질의 선진화를 위해 인력운영의 탄력화, 능력중시형 임금체계 정립, 원자재 및 부품조달비용 절감, 경상경비의 거품제거 등을 강력하게 시행키로 했다.

아남산업은 지난달 초 일찌감치 10%의 생산성 향상과 10%의 비용절감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경쟁력 20% 향상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공격적 경영을 가속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남은 먼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매출액의 5% 이상을 R&D에 집중 투자키로 하고 한계사업을 과감히 철수하거나 중소기업에 이관키로 했다. 또 인원감축 등을 통한 감량경영 대신 인건비 3% 이상을 교육비에 투자하고 사내 MBA제도 신설과 발탁승진제 및 능력급 임금제도를 확대 실시하는 등 경영효율 극대화에 주력해 나가고 있다.

10% 비용절감 측면에서는 국내공장을 업종별, 생산품목별로 재배치하고 중소기업으로의 외주비율을 확대하는 한편 구매선의 글로벌화를 위한 광속거래(CALS) 도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전자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WE CAN 200」 운동을 보다 강도 높게 추진해 생산성은 70%를 올리고 원가절감효과는 30% 이상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전자는 제조업은 품질과 원가의식 그리고 고객만족에 승부가 달려 있다고 보고 인력 및 비용 면에서 불필요한 거품을 제거하고 사업구조 조정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외조립 공장을 활성화하는 대신 국내 구미공장은 FAB과 R&D 중심으로 특화시키고 생산주력제품도 가전용 위주의 범용제품에서 자동차전장용 및 통신용 제품으로 전환해 나가기로 했다.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국내 브라운관 3사의 경쟁력 제고노력도 활발하다.

삼성전관은 종합생산성혁신(TPI) 활동을 강화, 2, 4분기 안에 국내 공장의 불량률을 1% 미만으로 떨어뜨린 데 이어 해외생산비중이 계속 늘어가는 만큼 해외현지 공장에 새로 설치되는 설비와 프로세서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 국내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해외공장의 라인안정화와 품질향상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관은 또 2년 안에 간접경비 30%를 절감한다는 230운동을 펼쳐 품질과 가격 면에서 명실공히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세계 최고의 브라운관 품질달성을 목표로 LG슈퍼프로세스(LSP)제도를 도입, 모든 생산현장의 조건을 체크하고 기록하면서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축적된 데이터를 공정향상에 반영해 공정의 최적화를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특히 LSP의 생활화를 위해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도 태운다」는 극단적인 인식확산 운동을 동시에 전개하는 한편 간접부문 인원을 생산 및 영업 등 직접부문으로 전환배치, 경비절감과 생산 및 영업력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올해를 품질문화 정착의 해로 삼고 있는 오리온전기는 불량원인의 30%가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고 「빅3 불량퇴치 태스크포스팀」을 조직, 불량퇴치 운동을 전개하는 동시에 연중 캠페인인 「품질생산성 향상운동」을 펼치고 있다. 오리온전기는 생산현장 반장 이하 사원을 대상으로 3개월간 현업에서 차출, 2주간의 혁신학교 교육과 10주간의 현장 개선활동 과정을 거치는 「21C 현장혁신반」을 운영, 건전한 가치관과 기술력 향상을 꾀함으로써 경쟁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부품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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