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忠根 삼테크 이사
얼마 전 국내 프로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라데라는 외국인 축구선수가 10-10 클럽에 가입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한 시즌 동안 본인이 10골을 직접 넣고 팀동료들이 10골을 넣도록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다. 축구선수에겐 명예로운 대기록이라는 것을 알았다. 팀경기에서는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하는 것도 득점을 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기여도로 평가받고 있고 이러한 평가시스템을 통해 조직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한 개인, 한 기업, 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개인간, 각 기업간, 각 국가간에 부문 전업적(專業的)인 역할분담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사회가 진화되어 왔다.
특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정보통신업계에서는 이러한 진화의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오늘의 신기술이 바로 내일 구기술이 되고 심지어는 이런 기술 변천의 중간 과정을 부끄럽게도 건너뛰고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표준들이 등장하고 이러한 표준들을 획득하기 위한 선진 대기업간의 경쟁도 치열하니 눈뜨고도 코를 베어가는 세상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러한 글로벌한 변화의 환경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상호간의 협력을 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수직적 분업, 개발-생산-판매 상호간 또는 전문분야를 넘어서 수평적 분업을 통해 각 기업의 장점을 살리고 이의 결합을 통한 경쟁력 강화야말로 글로벌 시대의 생존전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필자는 정보통신 분야에 몸을 담은 기간은 일천하지만 유통회사에 근무하면서 이러한 분업을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직접 경험을 해보고 제삼자의 눈으로 다른 기업간의 분업적 협력관계를 보아 왔다. 이를 통해 몇 가지 느낀 점을 지적해 본다.
첫째, 각 파트너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겠다.
개발과 생산을 하는 기업들은 라이프사이클이 짧고 경쟁이 심한 분야의 속성상 때로는 크든 작든 품질이나 호환성 등의 문제가 있는 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또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이의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데 새로운 제품의 개발에 바쁜 탓에 문제점 해결을 판매하는 기업에만 맡기는 경우도 많다.
판매하는 기업은 일단 제품상의 문제(품질, 호환성, 조기출시로 인한 수요부족)가 발생하면 판매에 대한 열정이 다소 식어 하자가 없거나 AS가 잘되는 제품 중심으로 판매활동을 전개하려고 한다. 즉 각자의 입장에서 롤(Role)에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대부분은 협력이 실패로 끝나게 된다.
둘째, 협력관계를 형성하기 전에 상호간의 역할분담 기대치에 대한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하겠다.
상호 배타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향후 발생 소지가 있는 문제점들을 간과하거나 또는 알면서도 황급히 협력관계를 맺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이런 경우 조급히 협력관계를 맺고 나서 한숨 돌리는 과정에서 문제점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점들이 판매의 저조로 나타나게 될 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협력의 실패로 귀착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게 된다.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계약 관계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종종 보게 된다. 최초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것이 상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관건이다.
셋째, 상호 신뢰관계의 형성이다.
분업적 협력관계는 성공할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와 환경변화 등의 변수 때문에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실패했을 경우 상호신뢰를 갖고 겸허하게 고객의 눈으로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같이 분석하면 차후의 보다 발전적인 분업적 협력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신뢰의 부족으로 협력관계를 맺기 이전보다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안타까움을 느낀다.
분업이란 협업의 고차원적 개념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상호신뢰에 의한 분업적 협력관계를 통해서만이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를 자신 있게 맞이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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