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특집] 정보인프라 점검-도로지능화

미국에서는 현재 사람보다 더 정확하고 많은 정보력을 가진 「스마트 하이웨이」, 즉 지능형 도로개발이 한창이다.

지난 94년 10월 美 교통부가 향후 7개년 계획으로 추진키로 한 이 계획은도로변에 교통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 무선으로 차량제어명령을 내릴 수 있는 컴퓨터를 설치하고 항공관제소와 같은 별도의 지역별 제어센터를 두며 개별 차량은 다른 차량이나 도로변 컴퓨터와 무선 데이터통신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른바 미래사회의 교통, 물류를 획기적으로 뒤바꿔 놓을 지능형 도로시스템(ITS)의 서곡이다. 총 2억달러가 소요되는 이 계획은 오는 2000년까지 우선 20대의 차량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시험차선을 건설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2억달러 중 80%는 美 연방정부가 부담하고 제너럴 모터스를 주축으로한 美 고속도로 자동화시스템 컨소시엄(NAHSC)이 나머지 20%를 부담토록 하고 있다. 여기에 유료도로 등의 체증해소를 위해 전자통행료 징수시스템(ETCS)의 설치도 한창이다.

각 주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LA 인근에는 시속 1백80의 상황에서도 통행료를징수할 수 있는 무선인식(RF)방식의 전자통행료 징수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ITS는 첨단 컴퓨터공학과 위성통신, 정보처리, 센서, 제어공학 등 최첨단 전자기술을 도로에 접목시키는작업으로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의 하나이다.

일본은 지난 94년 11월 말 파리에서 열린 「美, 日, 유럽 자동차 교통시스템 회의」와 지난해 동경에서 열린 ITS 세계총회에서 오는 2005년까지 내비게이션(誘導)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차 표준장비를 완비하고, 2025년까지는 버튼 하나로 목적지까지 전자동으로 운행할 수 있는 자동차를 실용화하며정체구역을 피하기 위한 고속도로 주행권의 예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른바 꿈의 도로정보체계 구축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05년까지 전 차량에 컴퓨터 유도장치를 장착하고 2015년까지자동차가 장애물 발견시 자동으로 피하거나 브레이크가 작동되는 시스템을실용화하며 자동센서에 의한 고속도로 자동요금 징수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중, 단기계획도 마련했다.

이같은 발상은 도로건설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또 도로를 개설할 만한땅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현재의 도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관심에서 출발하고 있다.

고도의 정보처리기술을 교통운용에 적용시킨 기술을 총칭하는 ITS는 지난91년 미국의 교통공학자인 칸 첸 박사에 의해 제안돼 그해 「모빌리티(Mobility)」계획의 하나로 「IVHS 아메리카」가 설립되면서 육상교통효율법(ISTEA)을 기초로 설정되었다. 현재는 미국(IVHS:Inteligent Vehicles Highway System), 유럽(RTI:Road Transport Information), 일본(AGS:Auto Guide System) 등으로 나뉘어 각각 추진되면서 세계적인 교통분야의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ITS는 크게 첨단교통관제(ATMS), 첨단교통안내(ATIS), 첨단차량제어(AVCS), 사업용 차량운용(CVO/APTS) 등 5개 분야로 구분된다.

ATMS(Advanced Traffic Management System)는 정체의 발생시각과 지점을예측, 사전에 정체 및 사고를 예방해 도로를 최대한 이용토록 하는 방식으로, 크게 고속도로 교통관제시스템(FTMS)과 도시형 교통관제시스템(UTCS)으로 나뉜다.

ATIS(Advanced Traveller Information System)는 현 위치, 정체사고, 기후, 속도, 차선제한 등 실시간 교통자료를 기초로 중앙상황실에서 각 차량에내장된 AV기기를 이용해 내비게이션 정보와 경로유도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GPS방식, Beacon방식, Loran-C방식 등이 이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화물수송과 택시 등 특정차량의 운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중추관리센터에서 각 차량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예정경로의 진척사항을 감시하며 필요에 따라 각 차량과 연락을 취하는 CVO(Commercial Vehicle Operations)와 대중교통수단의 운행스케줄이나 차량위치를 이용자나 관리자에게전달해주는 APTS(Advanced Public Transportation System)의 경우 국내에도상당수 보급될 정도로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ATMS와 ATIS가 현재 실용화되고 있는 분야라면 AVCS(Advanced Vehicle Control System)는 미래형 교통관제시스템으로 「꿈의 교통」을 실현하는 데 중추역할을 하게 된다.

차량의 완벽한 자동운전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각국이 연구중인 이시스템은 충돌경보장치(ACW), 충돌방지장치(ACA), 차량간격 제어장치(AICC),차량군 제어장치(AVPC), 조향 제어장치(ALCS), 자동운전장치(ACS) 등 운전자관리, 한정된 구간에서의 자동화, 통행경로 및 스케줄의 최적화 등 3단계로나뉘어 개발되는 추세다.

이같은 ITS의 도입을 위해 각국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교통부(DOT) 주관 아래 ITS 아메리카학회의 자문을 받아 마스터플랜을 수립, 공공연구개발비로 92년부터 97년까지 6년간 6억6천만달러를투입키로 하고 2백여개 민간업체의 참여를 유도, 개발비의 80%를 조달하고있는 상태다.

미국은 이미 ATIS부문에서 Pathfider, Travtek, INFORM 등을 개발했고 ATMS와 ATIS의 혼용형태로 SMART Corridor, Guidestar, 동적(動的) 경로안내,양방향통신이 가능한 ADVANCE 등의 개발을 완료, 상용화 준비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 73년 통산성 주관으로 도입한 자동차 종합관제시스템(CACS)을 기반으로 건설성의 RTCS(路車間 정보시스템), 경찰청의 AMTICS를 각각연결한 총합적인 주행안내시스템(Auto Guide System)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은 특히 88년 디지털지도협회를 설립, 전국지도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있으며 국소적이고 간헐적인 ZONE 통신방식의 RACS를 바탕으로 경로유도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유럽연합은 정부주도의 「RIVE」와 자동차 생산업체가 중심이 되고 전자전기업체가 가세한 「PROMETHEUS」계획 등 2개 추진체계로 ITS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독일의 ARI가 유럽방송연맹의 라디오데이터시스템(RDS)을 채택했으며 80년대 들어서는 내비게이션시스템으로 독일(AUTO-SCOLT), 영국(AUTO GUIDE), 프랑스(ATLAS), 네덜란드(CARIN)가 각각 자국의 실정에 맞게 개발중이다.

국내의 경우 과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오는 97년까지 1단계로 서울시와직할시, 대전 이북의 국도까지 도로교통 관리체계가 도입되고 수도권에 시험적으로 화물운송체계가 구축돼 각종 화물의 위치와 흐름을 추적, 물류시스템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오는 2005년까지 2, 3단계의 ITS도 구상중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 청와대 사회간접자본(SOC)기획단과 건설교통부가 주관이 돼 추진해 온 차세대 교통체계(IVHS) 구축사업을 지능형 교통체계(ITS:Intelligent Traffic System) 구축사업으로 변경,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고청와대 SOC기획단과 건설교통부, 정보통신부, 통상산업부, 과기처 등 관련부처가 공동참여하는 범정부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추진위원회 아래에 건교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실무위원회를두고 계획수립 및 실무조정 등을 총괄하도록 하고 자동차, 정보통신, 전자시스템, 도로교통정보, 운행체계 등 분야별로 실무부처 국장급을 반장으로 한전담반을 구성하는 등 체계를 갖춰 나가는 한편 전자시스템, 정보통신, 자동차, 교통공학 등 산, 학, 연 전문가와 美, 日, 유럽 ITS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칭 ITS KOREA)의 구성도 검토중이다.

그 1차작업의 하나가 과천 시범사업과 수도권 교통정보시스템 구축이다.

정부가 ITS의 도입에 앞서 내년부터 본격 구축에 나설 경기도 과천시 지능형 도로구축 시범사업은 98년까지 총 68억6천만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 가변정보판과 CCTV 등을 통해 차량 정체구간 및 최적운행 코스 등 각종 도로정보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는 최적운행 정보전달시스템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를 대상으로 오는 2005년까지자체 ITS 구축을 위한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ATMS는 교통개발연구원, LG산전, 현대전자, 한국도로공사가 일부 운용중이며, ATIS는 교통방송이 도로교통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AVI는 건설기술연구원이 초단파를 이용한 도로교통량 자동감지기를 개발하고 건아기전이 이미지처리방식의 차량번호 인식시스템을 각각 개발하는 등 다각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AVL(Automatic Vehicle Location)은 진보엔지니어링이 시제품을 개발해 놓은 상태이며 고려대 한민홍 교수팀은 지난해 무인차량 운전시스템 시제품을,카내비게이션 유닛은 현대전자, 삼성전자 등이 시제품을 각각 개발하고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용 GPS의 경우 현대전자가 상용화한 것을 비롯, 통상산업부와 자동차4社가 카내비게이션용 디지털지도를 공동 개발중이며 또 현대정보기술, 삼성전자, LG산전 등은 ETCS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에 본격 나서고있다.

그러나 도로의 지능화는 기술적인 문제 이외에도 건설비가 기존 도로건설비의 3배 이상 소요되는 등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사회간접자본 투자여력이 크게 부족한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ITS를 조기에 구축하려면 도로교통 측면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정보통신 및 자동차산업 등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해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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