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특집] 정보인프라 점검-중대형컴퓨터

「행정전산망 등 국가 핵심 기간전산망의 중추인 전산시스템을 우리가 만든 컴퓨터로 구축하자.」

이러한 정부와 컴퓨터업계의 열망 속에 지난 85년부터 추진된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이 올해로 11년째를 맞고 있다. 85년 4월 행정전산망기본계획이수립되고 체신부, 상공부, 과기처 등 관계부처 관계자로 구성된 전산망조정위원회가 발족, 사상 처음으로 국산 중대형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주전산기개발사업이 그 첫발을 내디뎠다.

정부 및 한국전자통신연구소와 삼성전자, 금성사(현 LG전자), 대우통신,현대전자 등 관, 산, 연 공동사업으로 추진된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은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된 국산 주전산기를 지난 89년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에설치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도 중대형컴퓨터를 자체개발해 사용하는 몇 안되는 국가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국산 주전산기Ⅰ 개발사업과 거의 동시에 국산 주전산기Ⅱ(일명 타이컴)개발사업도 추진돼 지난 92년 3월 첫 상품화된 시스템이 중앙행정기관에 설치됐다. 타이컴이 보급되기 전인 91년 8월부터 추진된 국산 주전산기Ⅲ 개발사업은 94년 1월 마무리됐고 1년 간의 상품화단계를 거쳐 95년 10월 삼성전자에 의해 첫 작품이 공개돼 국산 주전산기Ⅲ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물론 이보다 앞서 94년 2월부터 제 4세대 국산 주전산기라 할 수 있는 고속병렬처리컴퓨터 개발사업이 착수됐으며 서울대 신기술공동연구소와 삼성전자, 현대전자가 공동으로 대형컴퓨터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미국 중대형컴퓨터업체인 NCR사의 초병렬처리(MPP)컴퓨터인 「NCR3600」 및「월드마크5100」을 기반으로 보다 혁신적인 중대형컴퓨터를 오는 98년까지개발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근 10년 동안 6백35억원의 연구비와 1천5백명 정도의 전문연구인력이 투입돼 추진된 국산 주전산기개발사업은 공급면에서는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산 주전산기Ⅰ인 톨러런트 기종은 2백42대가 보급된 것을 비롯 주전산기Ⅱ인 타이컴은 7백3대, 올해부터 본격 보급되고 있는 주전산기Ⅲ는 8월말 현재 21대가 공급되는 등 총 9백66대가 설치돼 국가 행정전산망에서 중추적인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물량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주전산기사업이 성공적으로만 운영돼온 것은 아니다. 한국컴퓨터연구조합이 최근 1백32개 국산 주전산기 사용자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주전산기 이용실태」 분석자료에 따르면 타이컴은 93년 1, 4분기 동안 32.8회의 장애를 일으켰으며 2, 4분기에는 27.5회나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즉 타이컴은 3일에 한번 꼴로 장애를 일으킨 셈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타이컴의 잔고장도 사용자 및 공급업체의 지속적인 보완노력에 힘입어 최근에는 보름에 한 번꼴로 장애가 발생할 정도로 신뢰성이크게 개선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또 주전산기Ⅰ과 주전산기Ⅱ, 주전산기Ⅲ 간의 호환은 더욱 어렵다는 게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는 운용체계와 CPU가 각 기종간에 서로 다르기 때문으로 정부 및 개발기관 간의 이해상충으로 인한 핵심칩 선정상의 혼선 및 컴퓨터산업의 기술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짧은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은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음으로써 불모지나다름없던 국내 컴퓨터업계가 중대형컴퓨터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기술적 토양을 마련해주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더욱이 우리의 기술로 만든 중형컴퓨터를 국가기간전산망에 도입함으로써외국시스템의 도입에서 파생될 수 있는 국가기밀의 해외유출 등 여러 가지부작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컴퓨터 기술 축적이 갖는 의미를훨씬 상회하고 있다.

주전산기개발사업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국가적인 사업으로지금까지 추진돼왔던 근본적인 배경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은 앞으로 더욱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데 재론의 여지는 없다. 지금은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현재 주전산기사업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 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게 중요하다.

특히 조달시장 개방으로 내년부터 주전산기 개발업체를 보호해온 최후의보루마저 없어지게 돼 주전산기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근본적인 육성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산 주전산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현재 풀어나가야할과제는 고속병렬컴퓨터개발사업과 대형컴퓨터 개발사업으로 이원화된데 따른인력 및 자금의 중복투자문제이다. 정부 부처간의 주도권 싸움으로 파생된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의 이원화는 이들 사업이 완결되는 98년 이전에 단일프로젝트로 통합,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또 주전산기업계 스스로도 관수시장 중심의 안이한 영업에서 탈피해 민수시장 개척에 본격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수부문 관련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및 확보가 선결 과제임은 물론이다.

이밖에도 지금까지 국산 주전산기 사업이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효과라는관점에서만 검토되었으나 이제는 해외시장을 겨냥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우리 손으로 만든 중형컴퓨터를 수출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및 업계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최근 청와대가 주전산기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국내 SI업체와 연계해 대규모 해외 SI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국산주전산기의 수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관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주전산기의 수출은 그만큼 우리의 기술로 만든 제품에 대한안정성 및 신뢰성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술로 만든 컴퓨터를 이용해 국가기간 전산망은 물론 기업들의 전산화를 구축한다는 것은 곧바로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것임은 분명하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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