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는 왜 미국기업이여야만 하는가. SW분야가 본격적으로 부상한 8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10여년 동안 세계 SW산업은 미국 기업들에 주도되고 독식돼왔다. 운용체제와 같은 핵심SW는 물론 각종 표준규격 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넷스케이프, 노벨, 로터스, 오토데스크, 볼랜드와 같은 미국 회사들의 의지대로 움직여져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非 미국기업들의 시장 참여란 자국어 기반의 워드프로세서나 일부 응용SW 분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독일, 일본, 프랑스, 이스라엘 등 국가에서 미국 SW기업들을 상대로 정면 대결을 선언했거나 독자 영역을 구축해서 성공한 기업들이하나 둘씩 배출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독일의 SAP, 캐나다의 코렐시스템, 이스라엘의 보컬텍, 프랑스의 O2테크놀로지 등이 바로 이들이다.
본지는 이들 기업이 세계적 명성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연구해봄으로써 도약기에 있는 우리나라 SW업체들의 세계화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1.SAP(독일)
2.코렐시스템(캐나다)
3.O2테크놀로지(프랑스)
4.보컬텍(이스라엘)
5.제나시스(호주)
6.트렌드마이크로(대만)
7.져스트시스템즈(일본)
「게르만 소프트웨어 군단이 몰려온다.」
세계 클라이언트 서버 소프트웨어 시장점유율 1위, 유럽 소프트웨어업계 1위, 세계 5대 소프트웨어업체의 하나. 독일의 SAP社를 지칭하는 말이다.
기업의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용 패키지 소프트웨어 하나로 미국의소프트웨어 황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독일의 자랑 SAP는 전사적자원관리(ERP)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컴퓨터어소시에이츠, 오라클, 노벨 등세계 소프트웨어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업체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굴복시킨 업체다.
72년 설립 이후 기업 업무용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전념해 현재 세계 50여개국에 6천여 고객회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7천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특히 ERP 패키지 소프트웨어 세계시장 점유율 34%라는 압도적 위치를차지하고 있다.
매년 30~40%의 기록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총 매출액 19억달러를 기록했으며, SAP가 개발해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는 ERP 패키지 「R/3」의 컨설턴트는 가장 주목받는 유망 직종으로 최근 전 세계적인 ERP바람과 함께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귀한 대우를 받고 있다.
또 각종 개발툴 및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들도 SAP의 R/3 패키지를 아예 기업업무의 표준 시스템으로 인정하고 R/3인터페이스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기업 정보화시스템의 운용체계(OS)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AP는 여느 성공한 소프트웨어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초라한 모습으로 시작했다.
뮌헨올림픽이 이스라엘 선수 테러사건으로 비극적 결말을 맺고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장기화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던 72년독일의 만하임에서 5명의 前 IBM 직원들이 사무실을 열고 SAP 신화의 첫발을내디뎠다.
디트마르 호프 현 회장을 포함한 야심에 찬 젊은 엔지니어 5명의 혁신적인아이디어는 실시간 정보처리를 위한 표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설계해공급하는 것이었다. 첫 시스템은 IBM 컴퓨터에서 실행되고 DOS 운용체계를지원하는 것이었다.
SAP는 우선 회계시스템분야의 표준화를 시작했다. 재무회계인 RF시스템은곧 담배제조회사인 로스핸들, 제약회사인 크놈 등 고객들의 반응을 얻기 시작하면서 최초의 실제 표준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제품개발 작업이 빠르게 진척되어 구매, 재고관리 그리고 송장검증모듈인 RM시스템도 표준화를 이루면서 애플리케이션의 통합을 증명해 보일수 있게 되었다. 자재관리의 관련 데이터가 재무회계로 직접 넘어가고 한 번의 작동으로 송장검증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SAP가 창업한 지 5년째인 76년에 SAP의 직원은 25명, 매출액은 3억8천만 마르크에 이른다.
콩코드 여객기가 파리에서 뉴욕까지 세 시간 만에 비행을 해 여객기의 초음속시대를 연 77년에 SAP도 급속한 성장을 하게 된다. 공식적인 위치와 사무실들이 현재의 발도로프로 옮겨지고 오스트리아의 두 대기업을 고객으로삼는 데 성공한다. 이 해는 조심스럽기는 해도 기업을 확장한 첫 해로 기록된다. SAP 제품도 보조지원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기능을 갖추게 되고 활발한마케팅전략을 추구하기에 이르렀다.
78년에는 1백여 고객을 확보하고 직원도 50명에 달했고 고정자산 회계에대한 작업이 완성됨으로써 SAP시스템에 또 하나의 모듈을 추가했다. 이 때부터 SAP는 눈을 세계로 돌리게 된다. 재무회계의 첫 프랑스 버전을 발표한 것이다.
79년에는 IBM의 첫 표준 데이터베이스와 온라인 통제시스템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작업을 해서 얻은 지식과 경험으로 SAP소프트웨어가 재설계되기에 이르고 드디어 SAP를 세계에 알리는 제2세대 소프트웨어인 「R/2」시스템이 탄생한다. 이 때에 SAP는 자사소유의 컴퓨터센터를 갖게 됐고 1천만 마르크에이르는 매출을 기록한다.
이듬해 SAP는 컴퓨터센터에 이미 설치되어 있는 지멘스컴퓨터에 IBM370-148을 추가하고 개발인원을 한 곳에 집중시킨다. 또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모듈인 주문처리시스템이 제품군에 추가되면서 SAP는 독일의 1백대 기업 모두를 고객으로 확보, 국민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81년 SAP는 자재관리(RM)시스템을 생산요구조건에 맞게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생산과 기업계획의 연관성을 고려해 적극 개발에 나섰고 이는 MRP시스템의 개념이 나타나게 되는 원동력이 됐다. 이와 함께 SAP는 원가회계(RK)시스템 개발에 착수했고 R/2시스템의 새로운 버전들이 계속 좋은 성과를 거둠에따라 국제적으로 사용될 시스템을 준비하기 시작, 결국 뮌헨에서 열린 무역박람회 「시스템 81」에 참가했다.
82년 SAP는 10년 역사를 뒤돌아 볼 수 있게 된다. 전체 직원이 1백여명에달하고 매출은 전년도보다 48% 성장한 2억4천2백만 마르크로 크게 향상된 것이다. 그것은 충분히 자축할 만한 일이었다.
84년은 SAP가 국제화의 첫 발을 내디딘 해로 기록된다. 가을에 SAP AG가스위스 비엘에 설립, 세계 시장에 R/2시스템의 판매를 시작한다. 인사관리모듈인 RP와 플랜트 유지보수 모듈인 RM-INST가 제품에 추가되기 시작했고새로운 모듈에 대한 주문이 쇄도하면서 수직상승을 계속하게 된다. 서독 밖으로 공식 진출을 시작한 SAP는 급성장을 거듭, 이듬해 오스트리아, 베네룩스 3국, 캐나다, 덴마크, 영국 등 유럽 뿐만 아니라 드디어 소프트웨어 왕국인 미국에 진출하기에 이른다. 또 이 해에 ERP 패키지의 대명사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을 「R/3」시스템에 대한 전략을 공개한다.
88년 SAP는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주식을 공개했으며 화학공업계의 거물 다우(DOW)화학회사를 자신의 1천번째 고객으로 맞이한다. 또 SAP의 교육과정에대한 요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국제교육센터의 건립도 시작됐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90년 SAP는 스티븐소프트웨어하우스의 지분을 50%매입하면서 중형급 기업들에 대한 공략에도 나선다. 직원수가 1천명을 넘어섰고 국제교육센터와 함께 국제판매센터 건립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거인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지난 20년의 성공으로 자기만족에 이르거나 오만해져서는 안된다. 특히미래에 회사가 직면하게 될 일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국제경쟁의 장에서 기술의 위기에 처했을 때 혁신적인 생각과 행동은 필수적이기때문이다.』
이는 회사창업 20년을 맞아 발표한 SAP의 기념사다. SAP신화의 뒤안에는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해온 숨은 노력이 있었으며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의지가 담겨 있다.
결국 회사창업 20년째인 92년 ERP 패키지 「R/3」가 세상에 선을 보였고 3년여가 지난 후 세계 시장의 34%를 점유함으로써 패권을 차지하게 된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디트마르 호프 회장은 『SAP의 성장비결은 기업용애플리케이션이라는 특정분야만을 20년 넘게 고집함으로써 전문기술을 확보하고 매년 총수입의 20%가 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데 있다』고 밝혀 국내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에 귀감이 될 만한 얘기를 남겼다.
SAP는 94년 삼성그룹 내 정보시스템 구축 툴로 「R/3」를 공급하고 작년에는 정식으로 국내 법인을 설립, 어느덧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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