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전략적 제휴 신중론 대두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국내외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삼성, LG, 현대 등 반도체 3사는 올해 들어서만도 선, SGS톰슨, DEC, NS, 모토롤러, TI 등 해외 유력 반도체업체들과 공동생산 및 기술공여를 포함한 포괄적인 의미의 전략적 제휴를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SGS톰슨(DSP 및 마이컴), 도시바(플래시메모리카드), 선(자바칩), DEC(알파칩) 등과 제휴한 데 이어 이달에 마이크로소프트와 멀티미디어 신호처리기(MSP)를 공동 개발키로 하는 등 반도체3사중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조만간 내셔널세미컨덕터(NS)와 R/F 디바이스, 마이컴분야에 걸쳐 핵심기술 개발 및 생산을 포함한 포괄적인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어 올해만도 8, 9건의 전략적 제휴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반도체는 5월 선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社와 라이선스계약을 체결, 세계최초로 자바해석기를 하드웨어인 반도체(자바프로세서)의 핵심기술로 이전받기로 한 데 이어 3, 4분기 내에 크로매틱社와 MPACT칩과 관련한 차세대기술 이전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또한 지난 6월 인텔과 상호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한 현대전자도 SGS톰슨과 최근 IC칩 기술협력을 주 내용으로 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데 이어 ASSP 등 주문형 반도체분야를 중심으로 연내 2건 이상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할 계획이다.

반도체3사는 이밖에도 비메모리 가운데에서도 핵심제품으로 꼽히는 DSP, 마이크로프로세서분야에서 T社, C社 등과 전략적 제휴계약 체결을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 들어 이처럼 반도체 3사와 해외반도체 유력업체들과 전략적 제휴가 활발한 것은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들은 안정적인 반도체 사업구조를 위해 취약부문에 대한 전략적제휴를 통해 핵심기술의 조기확보를 노리고 있다. 이는 올해 이루어진 전략적 제휴가 모두 ASIC을 포함한 통신용 반도체 등 비메모리분야에 집중돼있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해외유력업체들도 비메모리분야의 핵심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메모리설계및 공정기술을 습득함은 물론 제휴, 협력관계를 통해 국내 수요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업체 계열사들의 물량을 유리한 입장에서공략할 수 있는 이점을 갖게 된다. 실제로 국내 전자시장은 삼성, LG, 현대, 대우 등이 거의 분할, 점유하고 있어 제휴업체의 인하우스 물량만 확보해도 적지 않은 규모다.

이를 위해 이들 해외업체는 그간 꺼려왔던 기술공여를 포함한 임의 시장판매권 등의 부분까지도 최근 들어서는 선뜻 내주는 대신 고정 공급물량 확보를 협상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략적 제휴는 해당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윈-윈(win-win)성격이 강해 득실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간혹 협상에 노련한 해외업체에 밀려 너무 많은 것을 내주는 경우도 적지 않아 당장눈앞의 이익을 보고 성급하게 협상에 임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김경묵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