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부터 시작돼 3회째 열린 「96 코리안 컴퓨터처리 국제화술 대회」에서 남북한 학자들은 컴퓨터용어, 자판배치, 한글자모순, 부호계 등 4개 분야에 관한 잠정 합의문을 지난 8월 14일 발표했다.
이는 작년 12월 유엔의 유니코드(unicode) 표준화 회의에서 한글 영역 확보에 연이은 경사라 할 수 있다. 또한 관습의 산물이며 통신의 수단이 되는언어의 통일을 시작으로 정보시대의 이기인 컴퓨터 입력의 통일을 이루어 장차 통일비용 절감하고 오랜 분단으로 인한 문화적 사회적 이질감을 줄일 수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더우기 이번 회의 동안 정치적인 입김없이 남북한 학자들 모두 상대방의입장을 배려하는 등 별다른 잡음없이 이런 큰 일을 이루었듯이 민족의 열망인 통일도 이런 식으로라면 곧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슴이 뛴다.
비록 민간차원의 합의이므로 어떠한 강제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지만이로써 남북이 한글 컴퓨터 정보를 공유하고 프로그램 공유와 정보통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 남북 자판 권고안을 보면 의아해 할 것이다. 현행자판 26자 중 17개가 그 위치가 바뀐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쓰고 있는 자판에 익숙한 기존의 많은 사람들이 업무에혼란이 생길 것은 자명하고 자판의 미숙으로 인한 속도의 저하는 많은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한메타자」같은 류의 자판연습 프로그램의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며 1분에 몇 백 타 하던 OA운용기능사들의 재연습이 요청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록된 국가 행정전산망의 모든 정보와기록될 자료들이 새로운 과정을 밟아야 한다. 차라리 금년 7월까지 국내에보급된 컴퓨터 1천만대의 자판 교체는 그에 비하면 수월해보인다.
26분의 17이라는 큰 변화라면 기왕 바뀔 바에야 더욱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바뀌면 어떨까. 한번이라도 한글 타이핑을 해본 독자들이라면 느꼈겠지만한글에서 자주 사용되는 ㄱ, ㄴ, ㄷ, ㅁ의 자음과 ㅏ, ㅓ, ㅜ, ㅗ의 위치가통일안에 적절히 배치되어 있는가. 혹 인정상 상대편과의 자판 차이를 나눠먹기식으로 양보한 것은 아닐까. 설마 그렇게 했을까마는 단지 기우에 그치지만은 말아야 할 것이다. 광속으로 치닫는 초테크 시대에 별 사소한 일에신경쓰는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나 국가 정보화의 기반인 자판문제는 8천만겨레의 관심사인 것이다. 1천만명이 자판의 비능률성으로 인해 각각 1분당 1초씩 허비할 때 3천 시간을 눈뜨고 잃어비린 셈이며 하루 자판에 3시간씩만매달려 일할 때 하루에 54만시간을 허비한다. 그리고 통일 후 남북한 7천만과 해외동포 1천만 등 모두 8천만 명의 이해득실이 달려 있다면 자판 위치의중요성은 어느 개인이나 학자들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더욱 능률적이고 편리한 한글 입력체계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의도와 맞아떨어지는 것이라 할수 있다.
인체공학적 견지에서 보건대 한국인중 열에 아홉은 오른손잡이이다. 그러므로 운동이나 노동과 같이 힘든 일이나 자주 행해지는 일은 대개 오른손을사용한다. 자동차의 기계장치에서도 변속기 및 음향장치, 심지어는 카폰도오른편에 탑재되어 있다. 그리고 도로에서 주행시 뜻밖의 장애물이나 사고가발생할 때 본능적으로 핸들을 오른편으로 당김으로써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과의 정면충돌을 모면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는 오른손의 역할을 잘 말해준다. 이를 자판에 응용한다면 자주 사용되는 글자를 오른쪽에 배치시킨다면손가락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고 시간도 절약되는 긍정적 사이클을 도출할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이라는 낱말을 입력시킬 때 자음이 7개,모음이 4개이므로 우리말에는 자음의 비중이 모음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을유추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자주 사용되는 자음을 자판의 오른쪽에 배치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러나 단지 빈도와 확률적 크기보다는 능률적인 면도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ㅎ 다음에 많이 오는 모음은 ㅏ이고, 자음은 ㄱ이나ㄴ이라는 마코브(Markov) 성질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성질을 이용하여 손가락의 자판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 고려한다면 열 손가락이 골고루 사용될 수 있도록 연구를 거듭해야 할 것이다. 李門浩 전북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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