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쟁력과 기업문화

세계는 지금 경쟁력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살벌한 게임을 벌리고 있다. 신무기로 중무장하지 않으면 더이상 대적할 수 없는 패배자로 전락하는 것이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계화시대의 경영이다.

국내 전자업체들이 안으로는 개방화에 대비하고 밖으로는 세계화를 겨냥해기업체질과 경영체제를 과감히 바꾸는 신경영전략을 짜내고 있는 것도 경영혁신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의 산물이다.

90년대 들어 급증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의 해외투자 현황을 보면 국내전자산업의 나아갈 방향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세계화가 바로 그것이다.

전자산업진흥회의 자료에 따르면 전자업계의 해외투자는 지난 92년 2억3천7백만 달러에서 95년 2백45건 11억1천1백만달러로 4.5배가 늘었다. 특히 투자 형태별로는 생산법인에 대한 투자가 25억5천7백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기타 판매법인 22억8백만 달러, 연구개발법인 1억1천7백만 달러로 생산, 판매법인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가장많은 21억3백만 달러였고 다음으로 아세아 15억8천6백만 달러, 유럽 9억6천8백만 달러, 중남미 1억8천8백 만달러로 세계화가 크게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분석됐다.

이같은 전자업계의 세계화는 공격형 경영으로 기회를 선점해 무한경쟁에서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쟁우위에 있는 기업만살아 남는다는 글로벌 경영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안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기업문화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국내 전자업계가 변화무쌍한 세계 경쟁환경에서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서는과감한 자기변신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요란한 경영구호보다는 차분하고 내실있는 실천의지는 물론이고 목표의식에 걸맞은 독창적인 기업문화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마리의 토기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포괄적인 경영방침으로는 세계최고를 지향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내기업들의 경쟁상대는 내국 기업이 아니라 세계제일의 다국적 기업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시대에는 기업의 생존방식도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주도적으로 창조해야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문화에도 세계화가 반영돼야 한다.

기업문화를 제5의 자원이라고 한다. 이는 기업문화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경영 요소로 떠올랐다는 의미이다. 다가올 21세기에는 세계적 문화의 형성 여부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으로작용할 것이다.세계화시대에 적합한 문화창조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관리체계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최근들들어 경제발전의 결정적인 요인은 문화이며 특히 21세기에는 다국적기업 문화의 형성이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관건이라는 관점에서 기업의 다국적화 경향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문제와 새로운 문화에 대해 심도있게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 위상에 적합한 기업문화 모형을구축하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대가 요청하는 세계적 문화에 관해 관심을같는 기업도 드문 실정이다.

여기에는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시야가 협소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도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말로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아직도 과거에 발이 묶여 있다. 최고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시장과 산업을 머릿속에 그려내고 미래와 현재를 잇는 다리를 놓는작업이다.

기업경쟁력은 복합적인 개념이다. 기술, 가격, 마케팅 등의 요인만으로 경쟁력이 결정되는 시대는 지났다. 경쟁의 밑그림을 문화에서 찾아야 진정한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는 전자산업의 세계화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도 전자산업의 세계화 구도가 문화적 흐름과 맞아떨어지는지 중간점검이 필요한때다. 기업 경영자에 문화적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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