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전산업은 이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는가. 최근 관련당국이 조사분석한 「가전산업 국제경쟁력 실태」를 보면 뭔가 구조적인 변환기를 맞고 있는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가전산업의 국제경쟁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가격경쟁력>
국산 가전제품이 90년대들어 요즘처럼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때는 거의 없는 듯하다. 물론 그 주범은 엔低다. 원화에 대한 달러가치는 올들어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엔화가치의 하락폭을 쫓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주로 일본 브랜드와 맞부닥치고 있는 국산 가전제품으로서는 결정적인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시장의 경우를 보자. 27인치 컬러TV가 한국제품의 가격은 지난해 대당4백36달러에서 4백10달러로 6.0% 정도 떨어진데 비해 일본 제품은 5백90달러에서 5백30달러로 10.2%나 내려앉았다. 미니컴포넌트 값은 한국제품이 2.9%가 내려갔지만 일본제품은 무려 22.7%나 급락했다. 전자레인지도 미국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이 10.3% 정도 떨어지는 데 그쳐 일본 제품(11.8%)은 물론 동남아산 일본 브랜드(10.7%)보다도 그 하락률이 적었다.〈표 참조〉
더욱이 일본업체들은 엔高 때 생산라인에서의 「불량률 제로」에서부터 「긴축경영」및 「경영합리화」를 대대적으로 전개함으로써 엔低에 따른 제품가격 인하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제품은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 하락도 다소 작용했지만 주로 일본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 가격을 내렸기때문에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로 태국, 말레이시아등 동남아 지역에 비해 임금, 물류비용 등 비용이 올라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로인해 이들 동남아 국가에서 생산되는 컬러TV는 우리나라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곧 미국과 같은 선진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뒤짐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가전3사도 해외 현지생산에 적극성을보이고 있지만 일본업체들처럼 이들 저임국에서 거의 완벽할 정도로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해놓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외 현지생산을 포함해 우리나라 가전업체가 일본기업에 비해 대량 생산체제가 떨어진다는 점도 가격경쟁력 약화 요인중 하나다. 일본기업들은 대량생산을 통해 신제품도 짧은 기간내에 소화해 생산, 제조비용을 뽑아내고 구모델을 아주 싸게 처분하는데 반해 우리기업은 일본제품보다 훨씬 더긴 시간동안 한 모델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일본 아이와는 CD플레이어 한 모델을 생산, 판매할 경우 6개월이면 세계시장을 무대로1백만대 정도를 팔아치워서 단기간에 개발비를 빼내지만 우리기업은 한 모델을 2년이상 끌고가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형편이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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