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R&D현장 우리는 프로 (15);박현준

『최근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기술선진국들의 시장개방 압력은 개별기

업차원을 넘어 이제는 국가적인 위기로 인식될 정도인데 이는 부품 및 소재

기술의 종속에 따른 현상이라고 봅니다.』

현대중공업 중전기사업본부 메카트로닉스개발실의 박현준 책임연구원(39)

은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완전히 국산화했다고 자

부하는 제품도 면밀히 살펴보면 핵심부품은 외국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

가 대부분일 정도로 기술자립은 요원한 실정이라고 덧붙인다. 따라서 그가

추구하는 연구개발의 최종목표도 부품의 완전국산화와 이의 적용이다.

현재 그가 담당하고 있는 분야는 각종 산업기기에 사용되는 하이브리드 스

텝모터. 중장비 엔진속도 조절용으로 사용되는 정밀 소형모터가 바로 하이브

리드 스텝모터다.

기본각도 7.5도인 스텝모터의 경우 국내 생산단계에 접어들긴 했지만 선진

기술업체의 기술이전 회피로 자체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박

연구원을 주축으로 한 현대중공업의 메카트로닉스개발???팀이 펄스당 0.9도

의 정밀모터를 개발한 것은 스텝모터 분야에서 기술자립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회전자와 고정자 사이의 공극간격이 50(1는 1천분의 1㎜)을

유지해야만 신뢰도 5% 수준인 0.045각도 이내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정밀

가공 자체도 어려웠지만 조립에도 큰 애로를 겪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문제의 해결을 회전자의 재료에서 찾았다. 신소재의 소결단체

부품을 채용해 기존 구조에 비해 정밀도와 안정성을 높인 제품을 만들 수 있

었는데 이는 대학에서 전공한 전기재료학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하이브리드 스텝모터는 초정밀이 요구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금형을 만들때

도 시제품 공정을 수없이 반복했고 고정자에 코일을 권선할때는 전용기계를

쓸 수 없어 손으로 작업,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기가 일쑤였다고 말한다. 하

지만 『고생끝에 개발한 제품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일본제품보다 우

수한 성능을 발휘, 보람을 느낀다』고.

83년 홍대에서 석사학위 취득후 줄곧 모터연구에만 매달려온 박 연구원은

이제 모터쟁이가 다 됐다. 컴퓨터를 보아도, 시계·자동차·청소기를 보아도

모터생각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전기제품 가운데 모터가 쓰이지 않

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는 『연구가 연구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결과를 제품에 적용할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며 『제품개발을 고려한 연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

다.

고급기술인 스텝모터를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속전철에 사용될 트랙션

모터(견인모터)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그를 비롯한 메카트로닉스개발 팀은

국내업체는 자신들의 경쟁상대가 아니라며 완전한 기술자립을 구현, 기술선

진국인 일본과 겨뤄 이겨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영하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