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품업계 우리는 맞수 (5);싸니전기-고니정밀

수정진동자는 경기에 민감한 부품이다. 지난해 최고의 호황을 보인 수정진동자 업계가 올 들어서는 제자리걸음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불과 1년만에 급전직하하고 있는 것도 경기민감 지수가 높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국내 수정진동자 업계의 대표주자격인 싸니전기공업과 고니정밀의 성적표에서도 두드러진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경기변동에 따라 두 회사의 실적이 매우 비슷하게 움직였다는 얘기다.

지난해 양사는 모두 사상최대의 호황국면을 맞아 매출액의 높은 증가와 함께 매출원가의 급속한 하락 등 매우 견실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일단 전반적으로는 고니정밀의 신장세가 싸니전기보다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싸니전기의 지난해 매출액(9월말 결산기준)은 3백48억원으로 지난 2년간 약 40%성장한 반면 고니정밀은 2백82억원으로 같은 기간동안 86%의 높은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

매출원가율면에서는 93년부터 95년 사이에 싸니전기가 94%·84.4%·82.8%로, 고니정밀은 96%·89.2%·84.8%로 낮추는데 성공, 모두 비슷한 성과를 거뒀다.

고니정밀은 내부 경영구조에서도 괄목할만한 개선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고니의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는 23억5천만원으로 2년간 22.2% 증가했다. 매출이 같은 기간동안 86% 증가한 것에 비하면 비생산부문의 비용절감 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음을 반증하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동안 싸니의 판매관리비가 매출액증가율과 비슷한 40.6% 증가한 것에 비하면 고니의경영개선 효과가 한수 위인 것으로 평가된다.

고니와 싸니의 올 상반기 실적만해도 고니가 싸니보다는 다소 나아 보인다. 수정진동자 업계가 올 들어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싸니의매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고니는 소폭이나마 신장했다. 경상이익 축소폭도 일단 상반기 실적만으로는 싸니가 고니보다 커 보인다.

한편 이들 양사의 매출구조에 있어 특이한 것은 양사 모두 제품매출의 대폭 감소에 비해 상품매출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싸니전기의 경우 올 상반기중 전년 동기보다 소폭 감소한 1백7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국내생산을 의미하는 제품매출은 1백7억원에서 68억원으로 대폭 감소한 반면 단순유통으로 벌어들인 상품매출은 70억원에서 1백1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는 고니정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고니정밀의 매출증가를 주도한 것은 두배 가까이 늘어난 상품매출이었다. 이들 회사의 상품매출은 주로 해외 현지공장의 조립제품을 국내에 도입·판매해 올린것으로 추정되며 이같은 제품매출 감소와 상품매출 증가는 칩형 수정진동자나 수정응용제품 등을 제외한 저부가가치 제품의 국내생산이 채산성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의 이같은 괄목할만한 성과는 영업이익으로 그대로 이어져 93년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94년 이후 흑자로 돌아서면서 큰폭의 증가세를 보이게 된다.

싸니전기와 고니정밀의 영업관련 부문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양사의팽팽한 균형을 깨뜨리는 요인은 영업이외의 측면에서 나타난다.

영업이익의 큰폭 신장과 함께 싸니전기는 지난해 14억원의 경상이익을 실현하지만 고니정밀은 94년 2억원에 그쳤던 적자폭이 95년에는 13억원으로 오히려 대폭 확대되는 기이한 현상을 낳고 말았다.

영업부문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고니정밀의 결손이 커진 이유는 크게 두가지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금융비용의 증가다. 실질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순금융비용에 있어서는 95년 기준으로 싸니가 12억5천만원인 반면고니는 9억2천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같은 기간동안 싸니의 금융비용이 16억원대로 안정적으로 유지된 데 비해 93년 수입이자가 지급이자를능가했던 고니정밀이 지난해에 9억원 이상의 역전현상을 보인 것은 고니의금융비용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컸음을 말하는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지난해 21억원의 투자자산 평가손실을 기록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투자자산 평가손실은 고니가 24.6%의 지분을 갖고 있는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업체인 (주)뮤직네트워크가 8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함에 따라 발생하게 된 것이다. 만약 이것만 없었어도 고니정밀은 약 8억원의 경상이익을 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전반적인 기업내용에 있어서는고니의 투자손실로 인해 싸니전기가 앞서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적자요인이 되고 있는 뮤직네트워크가 효자노릇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국내 케이블TV가 활성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것으로 보이지만 위성방송과 지역민방이 활성화되면 프로그램공급업자가 각광을 받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뮤직네트워크는 여하간 고니정밀에게는중요한 아킬레스건이 될 전망이다.

〈이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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