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광장] 중소 PC게임개발사 유통 독립선언

국내 중소PC게임개발사들이 힘을 합쳐 기존 유통체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 일대 파란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PC게임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일찌기 없었

던 극심한 불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쪽은 영세한 중소개발사이다.

많은 중소개발사들이 고사위기에 몰려 있는 상태다.

이처럼 PC게임시장이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대기업들을 비

롯한 유통업체들의 무분별한 게임수입에 인해 공급과잉이 빚어진 탓이다.

최근 1∼2년 사이 삼성·LG·SKC·쌍용·미원·현대·두산등 소위 10

대 기업에 들어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이 시장에 앞다퉈 진출했다. 이들

은 시장에 참여하자 마자 국산게임을 개발하기 보다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

워 해외로 나가 마구잡이로 게임을 사들였다. 이에 뒤질세라 그동안 PC게

임시장을 주도해왔던 동서게임채널등 중소업체들도 게임수입에 더욱 열을 올

렸다.

이로 인해 월 20편 정도 밖에 소화해 낼 수 없는 국내 PC게임 시장엔 이

보다 배이상 많은 40편 안팎의 게임이 매달 쏟아져나와 치열한 시장선점경쟁

을 벌이고 있다.

이에 반해 시장에 출시되는 국산게임은 한 달에 많아야 3∼4편 정도. 국산

게임의 설자리가 더욱 더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대기업이나 유통사들이 국산게임을 아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소개발사들은 거의 대부분 자체 유통망이 없기에 유통부문을 이들 유통업

체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외국에 나가 경쟁사보다 더 좋은 게임

을 수입하기 위해 인기 게임을 둘러싸고 제살깎기식의 판권료 인상경쟁을 벌

이고 있다. 그면서도 이들은 국산 게임에 대해선 판권료 깎기에 혈안이 돼

있다.

국산게임의 수준이 낮았던 2∼3년전만해도 작품당 5천∼8천카피 정도를 기

본 물량으로 계약했던 유통업체들이 국산 게임의 수준이 훨씬 높아진 요즘엔

오히려 3천카피만을 기본물량으로 사들인다. 또 이전엔 현금과 어음결재를

병행했으나 지금은 짧아야 2개월, 보통 6개월짜리 어음으로 전액 결재하기

일쑤다. 물론 해외업체들과는 1백% 현금거래다.

한마디로 유통업체들은 해외업체들에게 한 푼의 로열티라도 더 주기 위해

초근목피하고 있는 국내 중소업체들에게 돌아갈 몫을 줄여가고 셈이다.

유통업체들은 이외도 공급과잉으로 시장상황이 어려워지자 자금회전을 위

해 국산게임을 덤핑공급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로 인해 중소개발사들이 큰 피

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힘없는 중소개발사들의 목을 점점 조여오자 생존에

위협을 느낀 중소개발사들이 마침내 이들의 횡포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소 PC게임개발사들의 모임인 「한국 PC게임 개발사 연합회(KOGA)

」는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덤핑의 제물이 되고 있는 국산 PC게임

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 유통사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KOGA는 최근 10개사에서 27개사로 대폭 늘어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주식을 공모해 초기자본 1억5천만원을 마련했다. 따라서 늦어도 9

월중에는 별도법인인 가칭 「한국 PC게임 개발사 유통조합」을 정식 출범

시킬 예정이다.

KOGA는 또 회원사들이 유통사 경영에 직접 간여하지 못하도록 1개사의

출자액이 전체자본의 18%를 넘지 못하도록 했으며 회원사들이 게임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기로 했다.

「한국 PC게임 개발사 유통조합」은 회원사들이 개발한 국산게임을 주로

취급할 계획인데 초기엔 비회원사가 개발한 제품도 취급할 방침이다.

또 대리점 모집등을 통해 직판라인을 확보, 국산게임은 유통조합과 이들

대리점을 통해서만 공급함으로써 덤핑을 사전에 예방하기로 했다. 기존 유통

사들이 국산게임의 공급을 원할 경우엔 기존의 불합리한 계약조건을 전면 수

정, 개발사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선에서 새로운 계약조건을 제시하기

로 했다.

아울러 유통조합은 로얄티 지급비율을 25∼30%로 높이고 수량개런티없이

모든 제품에 대해 팔리는 수량에 따라 바로 현금으로 결재하는 런링로얄티

방식을 채택, 중소개발사들의 자금난을 덜어줄 방침이다. 이를 테면 유통조

합을 유지해 나갈 최소한의 운영비만 남긴채 이익금의 전액을 중소개발사들

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유통조합은 국산게임의 광고·홍보를 단일화 하는 한편 국산게임

의 해외진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편 중소개발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기존 유통사들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

다. 어쨌든 중소개발사들의 홀로서기가 성공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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