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전자공업과 이수세라믹은 대표적인 자성재료인 페라이트 코어의 국내양대산맥. 이들 두 회사의 경쟁구도는 한마디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과 같다. 이수세라믹은 76년 설립된 삼화전자보다 10년 이상 늦은 87년에 출발한데다 매출규모에서도 삼화의 절반에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들 두 회사가 치열한 경쟁상대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수세라믹의 약진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수의 급부상은 우선 최근 몇 년간의 매출증가율에서도 쉽게 나타난다.
삼화전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8백44억원으로 전년대비 17.6% 증가한 반면 이수세라믹은 3백34억원으로 28.4% 증가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의 매출증가율을 봐도 이수는 14%, 31.4%, 28.4%라는 고도성장을 지속해 왔다.
제품경쟁력 지표를 보면 이수세라믹의 변신이 더욱 돋보인다. 삼화전자의매출원가율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84.7%인데 비해 이수세라믹은 65.4%에 그치고 있다. 삼화전자의 매출원가율만 해도 전반적인 전자부품 및 소재산업에비해 비교적 우수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수는 이보다 무려 20% 포인트 가까이 낮은 것이다.
이수의 60%대 매출원가율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가는 한국이동통신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한국이동통신은 주당 60만원대에 이르는 현재의주가가 말해주듯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우량기업. 이 한국이동통신의 매출원가율도 70%선이다. 특히 이 회사는 통신서비스업체이기 때문에 매출원가항목에 재료비가 들어 있지 않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가비중이 이렇게 낮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경쟁력을갖추고 있다는 뜻으로 특히 같은 업종 내에서 매출원가가 무려 20% 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는 것은 거의 드문 예다. 따라서 이수의 이같은 강점은 최근 이익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지만 만약 관련산업이 공급과잉 등으로 본격적인 가격경쟁에 들어갈 경우 삼화전자보다 가격인하의 충격을 흡수하는데 훨씬 탄력성을 가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수의 이익규모는 이같은 이유에서 최근 수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93년 9천만원의 경상이익을 낸 이수는 94년 1천8백%늘어난 18억원, 지난해에는 다시 1백18% 늘어난 39억5천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동안 삼화의 경상이익은 37억원, 44억원, 31억원이었다. 지난해만 보면 매출은 절반도 못미치는 이수의 이익규모가 삼화를 능가한 셈이다.
이같은 매출증가가 과연 견실한 것인가는 이수의 판매구조를 보면 알 수있다. 이수는 관계사인 대우그룹에 대한 판매비중이 10%대에 그치고 있고 로컬수출 및 직수출 등 전 부문에서 매년 20%대의 고른 증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효율성 측면에서도 이수의 개선은 두드러진다. 삼화의 매출액대비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 비중은 지난 3년간 11% 선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반면 한때 판매관리비가 매출액의 40%까지 이르렀던 이수는 93년 8.2%, 94년에 7.1%, 95년에 6.4%까지 판매관리비 비중을 낮춤으로써 두드러진 관리효율성 제고를 보였다.
자산운용에 있어서는 삼화가 이수보다 한 수 위인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이 이수의 2배가 넘는 삼화의 지난해 총자산은 7백23억원인데 비해 이수는 4백57억원에 이르고 있다. 특히 삼화는 지난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결과 기계장치 자산이 81억원이나 증가한 반면 이수는 총자산은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재고자산만 전년보다 23.3% 증가했다. 지난해 이수의 재고자산은 1백7억원으로 삼화보다도 오히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증가에 따라 재고가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수가 이처럼 최근 들어 급성장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협력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제휴선과의 과감한 결별과 자립의지에서 뿌리를 찾는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수세라믹은 SGS톰슨 계열 LCC社와의 합작으로 출발했으나 초기에 LCC의 기술이전 회피 등으로 생산수율이나 품질안정도가 제대로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수년간 매출원가율이 1백%를 넘는 등 회복불가능한 수준까지 갔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LCC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기술개발로 품질안정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수는 생산수율이나 매출면에서 괄목할만한 신장을 이루는 등 빠르게 정착해 간 것이다. 이수는 지난해 공식적으로 LCC의 지분을 인수, 합작관계도 청산했다.
이수의 부상으로 양사간의 경쟁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이수를 삼화의 대등한 적수로 내세우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쌓아온 삼화의 기술수준과 시장지배력이 막강한데다 지속적인 설비투자를통한 생산능력 확충, 코어의 원재료인 페라이트 분말을 자체생산하는 강점을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코어시장이 삼화의 독주시대에서 본격적인 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사실만큼은 자명해 보인다.
〈이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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