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시장개방압력의 선봉장 미키캔터 방한

「미키 캔터」. 한 때 대미 통상 협력업무를 담당하던 우리나라 공무원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인물이다.

걸핏하면 슈퍼 301조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던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대표라는 직책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선명히 각인돼 있다.

특히 통신부문에서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다. 미국산 교환기의 한국시장 진출, 이동전화서비스 시장개방 등 첨예한 한·미간 통상마찰의 전면에서 강도높은 시장개방압력의 선봉에 섰기 때문이다. 슈퍼 301조를 앞세운 그의 압력앞에서 우리의 통신시장은 번번이 문을 열어야만 했다.

미키 캔터가 미국 상무부 장관으로 변신해 25일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서의 명성(?)에 비해 이번 방문이 첫번째라는 사실이 의아할 정도다.

USTR 대표시절 한 번도 찾지 않았던 한국을 장관취임 후 첫 방문지로 선택한 속뜻은 과연 무엇일까. 「명분」 상으로는 양국간 산업 및 통상협력 증진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통신업계는 그의 방문시점이 한·미 통신협상이 결렬된 직후라는 점에 적지 않게 신경쓰는 눈치다.

현재 미국 통상당국은 한국통신 등 정부 관련기관뿐만 아니고 민간 통신사업자들이 구매하는 장비시장까지 개방하라고 떼를 쓰고 있다. 최근 27개에이르는 신규 통신사업자를 허가한 것을 겨냥한 공세로 보인다. 캔터의 방한은 이같은 상황을 지원사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25일 이석채 장관 면담에서도 그는 민간 통신장비부문에 대한 미국업체의진출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같은 행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다. 오히려 고도로 훈련된 통상전문가를 키우고 이를 계층화하는 그들의 주도면밀함이 부럽기까지 하다는 게 우리측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정작 국내 통신업계를 당혹하게 만드는 것은 26일 캔터의 방문을 받는 신세기통신의 처신이다.

신세기통신은 캔터의 방한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증설용 이동전화장비를미국산으로 구매할 것이라는 정보를 흘리는 등 석연치 않은 행동을 보였다.

캔터에게 잘 보여야 할 말못할 사정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힘을빌려 무엇인가 이루어야 할 급한 목적이 있는지 한국국적을 가진 통신사업자로서 취해야 할 행동은 아니라는 게 주변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재 신세기통신에는 에어터치 10.68%, 사우스웨스턴벨 7.4%, 퀄컴 2.46%등 전체지분의 20.98%가 미국업체 지분으로 투자돼 있다.

〈최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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