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홍콩 자본이 "러"브라운관공장으로 몰린다

홍콩의 자본이 러시아의 텔리비전 공장으로 몰려온다.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는 웨스트레이 그룹은 최근 러시아의 리페츠카야 지방에 있는 유명한 텔리비전 생산공단인 엘타의 주식 34%를 매입,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텔리비젼 브라운관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외국 자본이러시아의 텔리비전 공장에 투자하기는 네덜란드의 필립스社에 이어 두번째여서 업체의 관심이 크다. 더욱이 웨스트레이 그룹을 비롯한 홍콩의 자본은 엘타 외에 러시아 내의 다른 전구 공장들에도 투자할 움직음이어서 멀지않아러시아산 부속품을 사용한 홍콩제 텔리비전이 러시아의 전자제품 유통 상가에 나타날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의 전자 업체로서는 러시아와 동구권에서 경쟁자가 또하나 늘어나는 셈이 된다.

웨스트레이를 비롯한 홍콩의 자본이 유독 러시아의 텔리비전 브라운관 제조회사에 투자 의욕을 보이는 것은 동남아의 흑백 텔리비전 시장 때문으로분석되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이며, 그 다음은 인도이다. 이곳에서는아직 흑백텔리비전의 수요가 높은데 서구에서는 이미 흑백브라운관 생산을중단했고, 중국 본토에 몇몇 흑백 텔레비전 제조회사가 있지만 제품의 질이낮은 형편이다. 그 때문에 제품의 질이 높으면서 비교적 값이 싼 러시아제흑백 텔리비전 브라운관 유일한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홍콩의 웨스트레이 사가 선택한 엘타 사가 일년에 생산해낼 수 있는 흑백텔리비전은 약 1백20만대이다. 컬러 TV는 50만대 만들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난 3년여 동안 러시아 국내의 켈리비전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엘타 사마저 늘어나는 빛을 감당하지 못하고 법원에 의해 파산 절차를 받기도 하는 등 안팎으로 위기가 겹쳐 지난해에는 생산량을5분의 1로 줄여야 했다. 이런곡절을 거쳐 공단측과 리패츠가야 지방의 국유재산 관리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 새로운 투자유치 방안이다. 이 방안은 남아있는 34%의 주식을 국내에 공개하되 엘타가 진 그동안의 빛을 안으면서 1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주식을 넘긴다는 것을골자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러시아의 텔리비전 수상기에 특별하게 관심이 있는 홍콩 회사가 새 투자가로 선정된 것이다.

4백억 루블180억원 상당을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러시아의 텔리비전 브라운관 제조공장에 투자하면서 이 홍콩 회사는 전망이 밝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며, 우선은 공단을 정상화한 다음 생산력을 복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회사는 러시아의 흑백및 컬러 텔리비전 브라운관을 홍콩이나 중국으로 가져가서 그 곳에서 텔리비전을 만든 다음 동남아 시장과러시아에 역수출한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텔리비전 시장에서 일본제 텔리비전과 경합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또하나의 경쟁 상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한편 법원의 결정으로 지난 3월부터 엘타 공단을 이끌고 있는 에브케니 빌라킨 새 대조는 홍콩 자본과의 결합이 현재로서는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종업원들도 환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1982년에국가 콤비나트로 창설되어 지난 1992년에 주식회사로 바뀐 엘타는 주식의 25%를 종업원들에게 분배하고 31%는 공장이 있는 리페츠카야 지방과 인근의 쿠드스크및 이를 지방의 정부투자기금에 공개하는등 그동안 주식의 외부 공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더군다나 외국의 자본 시장에 주식을 내놓기는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업계는 이번 홍콩자본의 엘타 진출을 계기로 홍콩의 많은 투자가들이 앞다퉈 러시아의 전자 공단에 진출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모스크바=김동헌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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