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차별화하라
홍제동에 사는 S씨는 윈도 95가 출시되기 훨씬 이전부터 컴퓨터를 구입하겠다고 마음 먹어왔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컴퓨터를 구입하지 못했다. 이유는 더 좋은 컴퓨터를 더 싸게 구입하겠다는 생각에서 구입을 줄곧미뤄 왔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최근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다양화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컴퓨터의 핵심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의 업그레이드 주기가 빨라진 것이 그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86, 486 시절만 하더라도 기능이 향상된 새로운 CPU가 발표되려면 적어도이삼년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82년 2월에 286 CPU가 발표된 이후로 3년 8개월이 지난 85년 10월에 386DX가 발표됐다. 그로부터 3년 6개월 후에 486DX가 출시됐다. 또 486DX2가 출시되기까진 2년 1개월이 걸렸고, 다시 2년이 지나서야 486DX4가 출시됐다. MHz별로 486 CPU를 따져 보더라도 33, 66, 100MHz 제품은 약 2년여개월의 간격을 두고 발표됐다.
펜티엄 시대부턴 그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펜티엄 60과 66MHz 이후로 75,90, 100, 120, 133, 150, 166MHz 등의 제품은 불과 3개월 또는 7개월의 간격을 두고 속속 발표됐다.
한 해 평균 2종 이상의 새로운 CPU 제품이 출시되고 가격 하락 주기도 그만큼 빨라지다 보니 사용자는 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윈도 95가출시되면서 대기수요는 더욱 늘게 됐다.
윈도 95가 486 컴퓨터에서는 물론 펜티엄 60, 75 컴퓨터에서도 느리게 작동한다는 선배(?)들의 사용소감에 「상위 기종의 컴퓨터 가격이 더 떨어질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보자」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종류의CPU가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서둘러 업그레이드 했다간 몇 개월도 못가서 단종 사태를 맞기 십상이다.
대기수요로 남아 구입 또는 업그레이드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고취시키려면 각자의 구매 패턴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소비자의 구매패턴에 적합한 컴퓨터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그 제품은 쉽게 도태되고만다.
용산 컴퓨터 전문상가에만 나가보면 이런 제품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매장 진열제품 초특가 한정판매」, 「오늘만 절반 이하 가격으로 팝니다」등의 문구는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오늘 뿐 아니라 다음날도 초특가에 팔릴 제품이다. 최고급 브랜드 제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 구매취향에 맞지 않거나 제품에 아주 작은 결함이라도 있다면 그 제품은 출시 후몇 개월만에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팔리게 된다. 게다가 6개월 간격으로 새로운 모습, 새로운 기능을 갖춘 컴퓨터들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어 소비자의관심을 끌만한 기능이 없다면 이런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최근 1백만원 이하의 펜티엄 컴퓨터들이 여러 업체로부터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성능과 기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격으로만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것엔 한계가 있기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컴퓨터 생산업체들은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기능을 내장한 컴퓨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통신, 한국HP, 한국컴팩, 한국에이서 등이 사용하기 쉽다는 장점을 부각시킨 홈PC를 출시했다. 이들 제품엔 자체 개발한 GUI(Graphic User Interface) 기반의 셀프로그램이 내장돼 있어 초보자 및 어린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LG전자는 「심포니 멀티넷」이란 이름으로 인터넷 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출시했고, 삼보컴퓨터의 「드림시스Ⅱ」는 외국어 학습을 위한 캡션 기능과 각종 메시지를 음성으로 전달하는 기능이 내장하고 있다.
「인터넷은 기본」, 「외국어 학습 기능 강화」, 「화상회의 시스템」, 「사용하기 쉬운 컴퓨터」 등 사용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특화된 컴퓨터로 제품을 차별화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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