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심각해진 메모리가격 하락이 전세계 반도체업체들의 고민거리로 등장하면서 각 나라별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를주요사업으로 추진해 온 일본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일본 반도체업계가피부로 느끼고 있는 당면 문제로 우선 떠오르는 것은 세계반도체업계가 동시에 앓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 즉 D램가격 하락과 그에 따른 매출액 감소 등이다. 또 일본이 현재 안고 있는 현안은 美日반도체협정문제, 한국과의 경쟁과 대만의 추격, 고부가가치제품 기술의 미국의존 등을 들수 있다.
세계 반도체업체 74개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는지난달 21일 올해 세계반도체시장 수요예측을 전년대비 67%증가한 1천5백40억달러로 하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세계반도체시장은 2000년까지 연간 20%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반도체업체들의 장미빛 시나리오가 무너지기 시작한것이다.
하향조정의 최대 원인은 역시 지난해 말 이후 PC시장 성장둔화에 따른 D램가격의 급속 하락이다. 따라서 이번 반도체시장의 불황은 수요부진보다는 가격하락에 촛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일본 반도체업계는 3년만에 몰아 닥친 메모리가격 붕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업체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초부터는 가격이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막상 올들어 시장악화가 계속될 때도 재고조절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뿐, 「5월 골든위크(황금연휴)이전에는 회복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며 자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막상시일이 경과하면서 전혀 예상과는 다른 엄청난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D램가격이 걷잡을 수 없는 폭락행진을 시작한 것이다. 16MD램의 경우 4월에서 5월사이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D램가격 폭락의 원인으로 관계자들은 『가격하락이 계속되는 4MD램에서 16MD램으로 생산체제를 전환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한다. 즉 16MD으로의 생산체제 전환이 곧 바로 16MD램 가격하락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4MD램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업체들이 양산을 서두르고 있던 16MD램이 지난해 12월 45달러에서, 올 4월 30달러, 5월초에는 18달러로 폭락했고,6월 현재 13달러까지 하락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최근 촛점이 되고 있는 韓日업체들에 대한 美반도체업체의 덤핑제소문제와관련,일본 반도체업계 일각에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덤핑제소가 예상되는상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 즉 이런 제소관련문제가 D램가격 하락을지탱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최대의 통상마찰로 이어질 덤핑제소까지 기대할 정도로 일본업체들은 D램가격 폭락에 몸살을 앓고있는 것이다.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당초 장미빛 예측에 고개를 갸우뚱 하기 시작한 것은최근의 가격하락과 이에 따른 마니너스성장에 대한 발표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메모리 수요도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라는지금까지 의심치 않던 장기적인 수요부분에도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 의문의 출발점이 되고 있는 것이 메모리의 역할이 크게 줄어 든 NC(네트워크 컴퓨터)의 등장이다. 지금까지 PC는 메모리의 확대와 더불어 발전해왔다. 이 PC가 앞으로 메모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형태로 발전되어 간다면반도체업체들은 더 이상 PC에 기대를 걸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 노무라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기능기아상태의 해소」도 메모리수요감소에 설득력을 더해 주고 있다. 기능기아상태란 「기기측이 필요로 하는 기능에 비해 부품측이 공급하는 기능이 압도적으로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D램이 연속적으로 세대교체되는 것도 이 같은 현상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무라연구소는 「1MD램 출현이후 서서히 기능기아상태가 해소되고 있다」고보고있다. 그 예로 노무라는 「2백56KB를 사용하는 비디오카메라는 용량이한층 큰 4MB의 단가가 2백64KB 밑으로 떨어져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4MB를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일본 반도체산업은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이런 문제외에도 美日반도체협정 연장이라는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미국과 일본은 오는 7월말 마감되는 美日반도체협정과 관련해 많은 이견을보이고 있다. 일본측은 『美日반도체협정에 규정되어 있는 외국산 점유율 20%를 이미 2년째 초과달성하고 있다』며 협정만료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측은 『협정에 의한 정부간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협정연장을 강력히 밀어 부치고 있다. 양국간의 반도체협정문제는 오는 7월 결말이 날 것으로 보이나, 이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일본 반도체산업에 족쇄로 작용하고있다.
일본반도체업계의 또 하나의 문제는 일본반도체산업의 중심이 대부분의 가전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범용 메모리칩이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서는 같은세대 D램이라도 싱크로너스, 램버스 등 고속사양의 제품이 요구되고 있어,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이런 고부가가치제품시장은 미국업체들에게 빼았기고있다. 일본업체들은 고부가가치제품을 육성키 위해 미국업체들과의 제휴를서두르고 있으나 싱크로너스, 램버스사양 등의 기술은 이미 한국업체들도 도입해 놓은 상태로,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일본업체의 경쟁우위도 급속도로 퇴보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범용 메모리분야도 이미 한국이 같은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대만의 추격 또한 맹렬하다.
현재 일본반도체산업은 과거 어느때 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일본이 이같은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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