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CG 애니메이션업계 자금압박 시달린다

TV나 영화 속에 나타나는 현란한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CG)들은 사람들의 꿈과 현실을 담아내는 훌륭한 도구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온갖 상황들도 컴퓨터그래픽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마치 실제처럼 재 창조돼 사람들의눈과 마음을 즐겁게 만든다.

이같은 창조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국내에 이를 뿌리내린 지 불과 10여년 만에 사람들의 눈과 상상력을 모조리 장악해 버렸다.

하지만 이런 상황과는 달리 CG전문업체들이 심한 경영압박에 허덕이는 기현상이 발생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미 수십여개의 전문업체들이 도산이라는 아픔을 경험했고 이 분야에서수위를 달리고 있는 업체들조차 현재 자금압박으로 어려움이 심한 상태다.

지난 87년께 국내에 선보인 이후 불과 10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희와비가 거세게 교차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CG애니메이션 작품들의 가격급락.

지난 87년 처음 선보일 당시만 해도 한 편당 1억원을 호가하던 이들 작품가격이 현재는 초당 50만원선으로 하락한 것이다.

사람들 머리위로 자동차가 날아 다니는 장면을 담았던 87년의 현대자동차광고나 로봇인간들이 악수하던 삼성의 휴먼테크광고는 당시 거래가가 각각 9천만원과 1억원이었던 알려지고 있다. 지구에서 발사돼 나온 인공위성이 우주를 항해하다가 프로그램 타이틀화면을 구성했던 MBC 9시뉴스의 초기 그래픽 또한 89년 당시 1억원에 매매된 것으로 전해진다.

CG애니메이션의 이같은 고부가가치성으로 말미암아 국내에는 전문업체와인력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고 이들은 지난 90∼91년에는 최고 전성기를구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전성기도 잠시일 뿐 지난 94년 이후로 수십개의 중소 영상업체들의 도산이 속출하는 등 이 업계에 된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초당 3백만∼4백만원을 호가하던 작품 단가가 50만원선으로 떨어진 것은물론 1분 분량의 작품이 1백만∼2백만원에 거래되기도 하는 등 덤핑도 성행했기 때문이다.

작품의 가격하락으로 업체들이 경영압박은 날로 심화되고 시설 및 기자재에 대한 재투자는 더욱 어려워져 생존 자체에 심한 위협을 느끼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 배경으로 장비의 성능향상과 인력의 포화상태를 꼽는다.

장비들의 성능이 뛰어나 CG학원에서 1년여의 교육과정만을 마친 초보자들도 쓸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등 CG애니메이션이 저가화·대중화된 것. 인력의 대거확충과 대중화로 CG의 보급은 급속도로 확산됐지만 각종 덤핑이나가격폭락 등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지난 94년만 해도 약 4조원의 규모를 형성하던 국내 CG애니메이션 시장은 유통물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경우 4조원을 훨씬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시작된 업체들의 도산현상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 CG업체들의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도 잇따를 것으로 예측되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한편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나 국내 영상산업진흥에 큰 장애가 될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현재와 같은 불황이 계속된다면 국내 CG산업의 존립 또한 위태로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CG의 적절한 활용으로 모 자동차회사의 한 해매출액을 거둬들었던 「쥐라기공원」의 명성은 먼 남의 나라 전설에 불과할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상물에 덤핑금지법의 마련을 비롯해 우수인력 양성 및 전문기업 육성 등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너무도 아쉽다는 목소리다.

〈김윤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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