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214)

채드위크가 한숨을 짓는다.

『그래도 우린 다들 여기 무사하게 있구먼. 하나가 줄긴 했어도. 자, 슬슬일을 시작해 볼까?』

돌아서며 해리스를 부른다.

『해리스!』

『예.』

『다 준비되었나?』

『예.』

『그럼 시작할까? 거의 새벽이 다 되었구먼. 수신율은 보통 이때 쯤이 제일 좋지.』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고비에게 설명한다.

『두 매트릭스가 서로 가장 가까울 때 에너지가 최고로 활성화한다오.』해리스가 검은 상자가 올려진 카트를 고비 쪽으로 밀고 오는 것을 보며 채드위크가 말한다.

『빅터 녀석, 안됐어.』

고비는 손이 뒤로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다.

『죄송합니다. 이걸 머리에 단단히 매야 하거든요.』흰 가운을 입은 영국인이 사과한다.

이마에서 머리카락을 빗어 넘긴 후, 머리에 기구를 장치한다. 클립 달린왕관 같다.

『사이보그는 틀림없는 사이보그였지. 그래도 같이 일하기는 참 좋았는데.

』 채드위크는 추억에 잠기는 표정이다.

『사실 정곡을 찔렀소. 눈이 상당히 예리하더군요. 그걸 알아보는 사람은별로 없을텐데 말이오. 빅터는 VBI(가상 수사국)를 개설하기 위한 비밀 연구프로그램에서 나왔소. 도시바-크레이 시스템의 인큐베이터에서였지. 그러니엄마를 알 턱이 있겠소?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겠지만 말이오. 불쌍한 아이가 자라면서 콤플렉스가 생기는 건 당연하겠지.』

채드위크는 계속한다.

『판독전용 수정란(read-only embryo)인 리멤브리오를 수정시킨 아버지는옛날 기관에서 꽤 높은 자리에 있었지. 자신도 물론 유전적 로봇이었고. 이런 게 빅터의 어린 시절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충분히 상상되겠죠? 엄마는 크레이에 아버지는 두 번이나 제거된. 그런데, 해리스 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 꾸물거리나?』

『죄송합니다.』

해리스의 얼굴이 빨개진다.

『계속 시험을 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착륙할 때 부딪쳤던 문제와 같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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