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에서는 양기가 세다」라는 말이 있다. 리처드 기어, 실베스터스텔론, 브루스 윌리스등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편당 출연료가 1백억원을 넘나드는 걸 시샘해서 하는 소리이다. 이에 비해 톱 클래스 여배우들의몸값은 대부분 남자의 절반을 넘기면 다행인 실정이니, 스크린에서의 남존여비는 좀처럼 고쳐지기 어려운 듯하다.
제레미아 체치크 감독의 심리 드릴러 <디아볼릭>은 그러한 스크린상의남존여비에 대한 한풀이같은 작품이다. 금발의 섹스 심벌 샤론 스톤과 흑발의 자존심 이자벧 아자니를 묶어, 한 이기적이고 변태스런 남자(채즈팔멘터리 분)를 제거하게 하는 심리 보상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두 여인이하나가되어 한 남자를 혼내주는 설복의 이면에는 남근 컴플렉스가 꽈리를틀고 있는것이다.
디아볼릭은 프랑스어로 악녀라는 뜻이다. 이 영화는 1955년에 만들어졌던클루조 감독의 <악녀들>을 리메이크해서 현대판 악녀들의 음모를 그려냈다고 할 수 있다.
동성애 관계에 있는 두 여자가 있다.두 여자는 똑같이 한 남자에 빠져들어한 여자는 그의 부인이 되고 한 여자는 정부가 된다. 남자는 성격이 괴팍스러워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짐승과 다름없다. 남성다운 매력과인격의 결함을 함께 지닌 이 남자의 포로가 된 두 여자는 자신들의 처지에 절망한다. 남자의 이기심과 변태적인 요구에 시달리다가 지친 나머지,두 여자는 살해를도모한다.섹시하고 공격적인 성격의 정부인 샤론 스톤이수녀 출신의 내성적인 부인 이자벧 아자니를 꼬드려 살인극에 동참케 한다.
그러나 스릴러물에서 흔히 보듯,이 살인극은 남자와 정부가 짜고 이혼위자료를 요구하는 부인을 쫓아내기 위한 음모였음이 드러난다.이 음모에 여형사(케시 베이츠 분)가 뛰어들어 여자 3명이 공동의 적으로서 남자를제거키로하는 새로운 음모가 전개된다.
깜짝 놀라게 하는 반전이나 가슴 덜컥 내려앉는 충격을 접하기는 어려워도이 영화의 재미는 쏠쏠하다.완벽한 미모의 이자벧과 관능의 요부 샤론의 상이한 아름다움을 완상하며, 두 미녀들이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가에감상의 무게를 두는 편이 좋다.
<박상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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