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컴퓨터업계, NC사업 참여 갈팡질팡

국내 PC업계에 때 이른 NC돌풍이 몰아치고 있다.

LG전자가 국내 PC업체로는 가장 발빠르게 지난달 20일 美오라클·IBM·애플 등을 비롯해 NC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세계 30여개사와 NC규격통일에 합의한 데 이어 지난 30일에는 선과 자바 운용체계(OS)개발계획(코나)에 참여,연내에 NC를 생산한다고 공식발표했다.

이에 앞서 LG반도체도 선과 인터넷 자바칩을 공동개발키로 전략적 제휴를체결함으로써 LG그룹은 NC의 핵심부품인 칩과 운용체계·단말기에 이르기까지 자체개발,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됐다.

LG전자에 이어 국내 컴퓨터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도 지난달 30일 선과 NC의 핵심칩인 「자바-원」의 공동개발을 위한 포괄적인 기술제휴계약을체결했다고 밝힘으로써 최근 국내 컴퓨터업계는 PC에 이은 차세대 제품으로NC를 주목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이같은 NC돌풍에 대해 업계전문가들은 단순한 거품현상이지않겠느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NC의 성공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없이 사업참여를 선언하면 그만큼 위험이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PC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NC진영에서 규격합의, 자바칩 및자바 OS의 공동개발을 위한 참여업체간 전략적인 제휴 등 잇따라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같은 현상은 아직까지 시장을 주도할 만한 勢를 확보하지못한 데서 나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기도 하다.

NC칩 개발을 위해 선과 기술제휴한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도 『삼성과 선의제휴는 반도체생산업체로서 향후 시장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칩을개발하는 것에 관한 것이며 NC생산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현재 NC생산을 공개적으로 밝힌 국내 대형컴퓨터업체는 LG전자 한군데이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나머지 대형업체들은 아직까지 NC생산 자체에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내 컴퓨터업체들이 이처럼 NC생산에 소극적인 것은 여러 가지 요인에서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 등 국내 컴퓨터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양사의 입장에서는 PC가 NC로 대체될 경우 그동안 일궈온 국내 PC시장을 상실한다는것을 의미한다. 또 평균 2백만원대의 PC를 50만원대의 NC로 대체한다면 그만큼 매출이나 순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굳이 PC대신 NC를 생산할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대형PC업체들이 NC를 생산한다면 이들 두 업체보다는 현재 PC시장에서 상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는 대우통신이나 현대전자가 오히려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LG전자가 타 업체에 앞서 NC생산을 공식화한 것도 PC시장에서의 열세를 NC로 만회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러나LG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2개 업체 모두 NC생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의 추이에 따라 결정을 내리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NC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선 NC를 사용할 만한 통신인프라가 미국 등 선진국과는 달리 아직까지 국내에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보를 공유하기보다는 독점하기를 원하는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전제로한 NC를 제대로 받아들이겠는가 하는 것도 문제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NC를 제품을 1백여만달러이상의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개발, 생산할 필요가 있겠느냐는게 국내 컴퓨터업계의 공통된 인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험성을 감수한 배팅으로 초기시장을 선점할 것인가 아니면 비록 큰 이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위험성을 최소화 할 것인가. 국내 컴퓨터업체로서는 둘중의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양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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