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자파 인체장해 논란

鄭然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기환경그룹장

현대생활을 영위하는 우리 인간은 다양한 전기·전자장치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전기·전자장치는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므로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전자파를 방출하게 되며 과도할 경우 인접 전기·전자장치의 오동작및 무선 수신장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 전자파의 인체장해에 관한 사회문제화 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강한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되는 무선기지국 종사자와 같은 직업인의 문제가아닌 일반 가정의 가전제품에서 방출되는 매우 약한 전자파의 인체장해 가능성이 최근 크게 이슈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자파 인체장해문제는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분야로 선진국에서도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전자파 인체장해 문제가 본격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으며, 전자파에 대한 인체노출 허용기준도 가지고 있지 않다.

요즘 일부 학자의 전자파의 인체장해와 효과적 대책방법에 관한 주장이 업론매체에 집중적으로 제기됐고 언론도 자극적인 부분을 집중 보도, 일반 대중이 한 쪽으로 치우친 시각을 갖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전자파에대한 비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전자파는 유용한 전자파와 나쁜 전자파 두가지가 있고, 나쁜 전자파를 막기 위해서는 모니터 주변에 선인장을 키우고, 물그릇을 머리 위에 두고, 병풍을 치고 자도록 권유하는가 하면 방송에 출연해 전자파 측정기를 전기·전자장치 바로 앞에 갖다 대고서 방출되는전자파의 세기를 측정한 다음 외국의 기준보다 얼마만큼 더 많이 방출되므로우리 전기·전자제품이 인체장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자레인지의 동작주파수는 물 분자의 공진주파수 중 하나인 2.45이고 이를 음식물이 흡수해 데워지거나 익혀진다. 이를 근거로 물그릇에 담긴 물이나 수분이 많은 선인장이 전기·전자장치로부터 발생되는 전자파를 잘 흡수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과장된 것이다. 모든 물질은 분자·원자·전자구조에 의해 각기 특징적인 공진주파수를 가지며 물분자도 많은 전자파 중에서 특정 주파수를 갖는 전자파를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전자레인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전제품은 수십∼수백의 전자파를 매우 넓은 대역으로 방출하는데 이들 주파수는 물분자의 공진주파수 중 하나인 5.45보다 낮은 주파수들이다. 따라서 선인장이나 물그릇에 담긴 물이 전기·전자장치로부터 방출되는 전자파를 효과적으로 흡수한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또한 병풍과 같은 종이재료는 별도의 전기전도성 처리를 하지 않는 한전혀 전자파차폐 특성을 가지지 못한다. 전자파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을 가지고 있더라도 전자파 차폐는 전기전도성을 갖는 재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전자파의 측정은 매우 엄격한 표준측정방법을 따라야 하며 실제 시험에서 그러한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측정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전자파 측정이 매우 어렵고 측정오차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격에규정된 규정거리와 측정조건을 지키지 않고 전기·전자장치 바로 앞에서 측정한 측정결과를 규격에서 정한 허용치와 비교하여 기준보다 높고 낮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곤란한 일이다. 대개의 경우 전기·전자장치 에서 측정기를 특정 거리까지 멀리 띄울수록 전자파의 크기는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전기·전자장치에 규정거리보다 근접해 측정할 경우 보다 많은 전자파가 검출되고 규정거리에서의 측정값을 초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의 인간사회는 더욱 전기·전자장치에 의존할 것이고, 다양한 종류의 무선서비스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 명확하므로 차제에 이 분야에 관해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적 방법으로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언론도 일반 국민이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기울여줄 것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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