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월드컵 유치 "첨단경쟁"

82년 여름 독일의 바덴바덴. IOC위원회가 개최되고 있던 회의장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한국에서 TV화면을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도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한국의 서울이 일본 나고야를 제치고 88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것이다.

한국의 관계자들은 기뻐 어쩔 줄을 몰랐지만 일본의 관계자들은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의 침통한 표정은 환호하는 한국의 음성과 웃음에 가리워졌고 일본열도를 흔들었던 나고야올림픽 열풍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지고 말았다.

이 발표가 있은 후 88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경기장과 숙소들이건설되기 시작했고, 방송사에서는 방송의 세계표준을 맞추기 위해 장비 및시설교체작업이 진행됐다.

88서울올림픽은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각각의 경기들은 전파에 실려 지구촌곳곳을 날아 다녔다. KBS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고품질의 방송서비스를 제공, 서울올림픽 주관방송사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냈다는평가를 받았다.

KBS가 주관이 돼 이루어낸 88서울올림픽 방송은 세계방송인들의 칭찬을 자아내며 한국 방송사에 굵은 획을 그었다. 88서울올림픽이 한국의 방송시설을세계수준으로 도약시키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한국이냐 일본이냐.」 오는 6월 1일로 예정된 2002년 월드컵 개최지에대한 최종투표를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은 요즘 막바지 득표전을 펴고 있다.

어느 나라로 표를 던지느냐에 따라 월드컵의 모양과 내용도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관광·TV중계·경기장 및 숙박시설 등 관련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염두에 둔 양국의 로비활동도 치열하다.

지난 82년 올림픽 관계자들을 고민에 빠뜨렸던 이 한일간 표대결은 오는 2002년 월드컵 티켓을 두고 또 한 차례 격돌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개최를 기원하는 각종 행사와 플래카드들이 한반도와 일본열도에 가득하고 이 같은 열기는 전세계 학계 및 산업계는 물론 컴퓨터와 통신까지도 자극하고 있다.

한일 양국 모두 인터넷에 월드컵관련 홈페이지를 구축함과 동시에 첨단 방송의 실시도 제시하며 마지막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FIFA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로비는 물론 첨단기술과 인터넷 통신을통한 양국의 대결이 경쟁단계를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전세계 네티즌들과 TV수상기 앞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양국간 대결구도가 전자전(電子戰)을 방불케 한다.

인터넷 상에 만들어진 양국의 홈페이지는 각기 월드컵 개최의 당연함을 부각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다양한 관련자료는 물론 각종 관련사진이나그래픽 등 각종 이미지 데이터들로 가득한 양국의 홈페이지는 또 하나의 장외대결요소다. 한국이 만들어 놓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가면 한국에 대한소개는 물론 월드컵과 한국의 축구역사를 상세히 알 수 있다.

「왜 한국이어야 할까요? 그것은 한국사람들은 모두 축구를 진정 사랑하고있기 때문이지요」. 홈페이지에 실린 2002년 월드컵의 한국개최 이유는 이성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전세계 네티즌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들도 많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캠페인 형태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월드컵 티켓의 일본행은 당연하다는 결론을 유도한다. 2002년 월드컵재팬을 강조하는 자극적인글씨와 이미지화면들로 네티즌들의 의식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더불어 양국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는 월드컵 방송기술.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이 한국의 방송시설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향상시켰던것처럼 양국 모두 2002년 월드컵이 전세계 TV방송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을 확신하며 첨단 방송기술을 제시하기에 분주하다.

월드컵의 감동을 위해 양국이 각기 제시한 방송은 고선명(HD)TV와 입체TV.

2002년 월드컵 중계를 두고 한국측이 HDTV로 승부를 거는 것과 달리 일본은 입체TV방송을 제안, FIFA를 설득하고 있다. 한일간 경쟁에 실려 HDTV와입체TV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방송관계자들은 월드컵의 한국개최는 그동안 답보상태에 빠져 있던전세계 HDTV업계에 엄청난 활력소가 될 것임을 장담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80년 흑백에서 컬러로 대전환을 거쳤던 TV방송이 NTSC에서 HDTV로 전환할 수 있는 호재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는 달리 일본은 특수안경을 쓰지 않고도 3차원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입체TV를 통해 월드컵의 감동을 가장 생생하게 전달하겠다는 각오다.

경기장의 관중들이 다른 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를 첨단 화면을 통해 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버추얼 스타디움」 등 일본이 준비중인 첨단서비스도 다양하다.

어떤 형태로 월드컵이 중계되든 간에 방송서비스의 비약적인 상승이 자명한 상황에서 디지털 사운드를 겸비한 30인치 고화질 화면과 3차원 입체영상이 생사를 건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다.

월드컵 유치를 위한 한일간 유치경쟁은 단순한 산업적·정서적 경쟁이 아닌 전자전쟁임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21세기로 날아가는 흑백의 축구공에는방송과 통신의 미래도 함께 묻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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