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심층진단 학교정보화교육 이것이 문제다 (9)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는 지난 3월 말경 올해부터 98년까지 국민총생산(GNP)의 5%를 교육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교육재정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총 65조8천8백82억원에 이르는 돈을 3년에 걸쳐 교육분야에 쓰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세계화·교육정보화에 할당된 자금은 약 1조5천3백89억원. 교육분야 전체사업비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서 최종적으로 교육정보화에 배당된 예산은 5천2백90억원에 불과하다. 교육투자비의 1%에 안되는 수준이다. 정확히 말해 전체 교육투자비용의0.8%에 그치고 있다.

이 자금으로 국가멀티미디어 교육지원센터 설립(2백30억원), 전체 초·중등학교의 64%에 1학교 2컴퓨터실 마련(2천60억원), 초·중등교원 60%에 1인1PC 지급(3천억원) 등 교육정보화 관련 사업을 벌이게 된다.

참고로 「교육재정 투자계획」발표와 같은 날 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 고위공무원회의에서 「정보화촉진 기본계획 시안」을 통해 정부는 「전자정부실현」을 위해 오는 98년까지 모든 공무원에게 1대의 PC를 지급키로 했다고발표했다.

이를 기초로 했을 때 98년이 되면 교사를 제외한 모든 공무원들은 PC를 이용, 업무를 처리하지만 교사들은 절반 정도만 PC를 보유하게 된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날 정부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날 동시에 발표된 정부정책이 서로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초·중등학교 교원 가운데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 교사의수를 제외하더라도 40%의 교사들이 PC를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지적했다.

중등학교 한 교사는 『현재까지 학교 컴퓨터교육 등 교육정보화 관련 사업들이 국립과 공립, 그리고 사립에 상관없이 추진되어 왔다는 점에 비춰 볼때 정부가 이번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립학교 교사들을 제외시키겠다는 것은도저히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보화교육 예산편성과 관련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항은 또 있다.

정부가 교육부를 통해 설립키로 한 국가멀티미디어 교육지원센터의 소요비용2백30억원 가운데 올해 투입키로 한 39억원이 그렇다.

정부는 국가멀티미디어 교육지원센터 설립을 한국교육개발원이 진행토록하고 여기에 39억원을 배정했다.

문제는 26억원을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사용토록 하고 13억원을 센터 설립에 이용토록 한 이 예산으로는 계획실행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제작시설 및 장비의 고급화가필수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한 연구원은 『질좋은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일반 방송국 편집실과 비슷한 수준의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교육용 SW개발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을위해서는 현재 책정된 26억원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지적이다.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교육정보화 계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교육정보화관련 예산의 효율적인 운용에 문제가 적지않다고 지적한다.

예산집행에는 일반적으로 우선순위와 적정 수준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업목적에 따라 우선순서가 매겨져야 하고 적정한 자금이 투자돼야 한다는 말이다.

교육정보화는 교과교육 자체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정보화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성공여부에 교육계를 비롯 모든 국민의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교육정보화는 그 속성상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제하고 『목표에 맞는 예산배정을 할 수 있는 더욱 체계적인 예산 심의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말했다.

교육전문가들 가운데 이같은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교육전문가들은 대부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하고여기에 맞춰 적정한 예산을 배정해야 정보화교육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하드웨어의보급확대와 교육정보화 인프라 구축이다.

아쉽기는하지만 전국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에 최소한 2개 이상의 컴퓨터실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하며 그에 따른 주변기기 및 시설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교육재정 투자계획」에서 밝힌 것처럼 전국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의64% 정도에만 컴퓨터실을 설치·운영하는 것은 자칫하면 학교간의 교육정보화가 균형을 잃고 시행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대상자인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정보교육능력을 길러줄 수 있도록 모든 교사에게도 각종 하드웨어 및 주변기기를 지급해야 합니다.』

강남 한 초등학교 컴퓨터담당 교사의 말이다. 교육정보화는 학생·교사·컴퓨터 등 3요소에 의해 좌우된다고 봤을 때 정부가 교사를 위한 예산편성과투자에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인다.

다음으로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보급에 대한 예산편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교육전문가들도 적지않다.

이들에 따르면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확대를 위한 모든 가능한 방법들이 강구되어야 하며 특히 이를 구매하기 위한 학교 단위의 예산확보는 필수적이다.

교원 양성 및 연수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할 요소이다. 교원 교육은 컴퓨터 활용 뿐 아니라 교육행정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진행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교육정보화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이같은 내용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예산 역시 그에 맞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게 교육정보화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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