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새로운 컴퓨터 영업 및 생산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BM·HP·유니시스·디지탈·NCR 등 국내에 법인을 설치한 외국 컴퓨터업체들은 한국에서의 매출이 매년 30% 이상 급성장함에 따라 한국법인의 역할과 지위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그동안 홍콩·싱가포르·호주·일본 등에서 수행하던 아시아·태평양지역(AP)본부의 역할을 한국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세계적인 컴퓨터업체의 AP본부가 몰려 있는 홍콩이 오는 97년7월 중국반환을 앞두고 있어 일부 업체는 한국법인을 AP지역본부로 승격하는방안도 신중히 모색하고 있어 앞으로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컴퓨터메카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한국진출 30년을 맞는 미IBM사는 한국IBM의 역할과 지위를 강화한다는 전략 아래 최근 일본 동경에 있는 AP본부의 일부 기능을 한국IBM에 이관했다. 이의 일환으로 IBM은 한국IBM의 신재철 전무를 AP지역에너지 및 전력서비스 부문 총괄매니저로 임명한 것을 비롯, 고원용 전무를AP지역 영업계획담담 매니저로, 손형만 이사를 AP지역 컨슈머프로덕트 담당 매니저로 각각 발령했고 이밖에 3∼4명의 부장 및 과장급 직원을 AP의스탭으로 근무토록 하고 있다.
미 HP사는 현재 한국HP 직원중 15명을 AP지역본부 요원으로 활용하고있으며 10명의 한국HP직원을 HP본사의 업무를 수행토록하는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한국HP의 비중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HP는 특히 최근 중대형 부문과 컴퓨터·주변기기 사업부문의 조직통합을계기로 한국HP의 해당 임원의 지위를 격상해 제조 및 서비스, 금융 등 일부 부문에서 한국HP가 AP지역을 총괄하는 방안을 추진중에 있으며 「한국국제 구매 조달본부(KIPO)」가 일본을 제외한 전 아·태지역의 구매를총괄 담당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NCR사도 한국을 AP지역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현재 국내 업체와 협력해 중대형 컴퓨터의 한국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한국 현지법인을현재 아시아·중국(AC)지역본부에서 분리, 독립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 디지탈은 한국디지탈의 이상철 부사장을 AP지역 총괄부사장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으며 유니시스도 조완해 한국유니시스 사장을 AP지역본부 부사장으로 대우하고 한국법인이 본사와 직접 협의하는 채널을 구축했다. 외국 중대형 컴퓨터업체 관계자들은 『전망이 밝은 한국시장을 감안해한국법인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고 싶지만 금융·행정 등 여러 부문에서 각종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에 시장규모에 걸맞은 대우를 못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각종 규제완화가 대폭적으로 이뤄지면 한국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영업 및 생산거점으로 삼으려는 외국 컴퓨터업계의 발길이 더욱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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