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산업 전략 재점검 필요하다

반도체산업의 전망이 어둡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수요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늘고 있으나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3년간 우리 경제의 활력 구실을 했던 D램의 가격 폭락이 심각하다.

가격 폭락은 마진의 감소를 의미하며 막대한 시설투자를 요하는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마진율 감소는 산업 자체의 활기 약화로 나타난다.

1개 생산라인을 늘리는 데 평균 1조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렇게 볼 때어느 업체가 15∼20개 라인이 가동되어 몇 조의 순익을 남겼다 해서 그저 입을 벌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해도 D램 하나로 연간 몇 조원씩 순익을 남긴다는 일이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또 그 몇 조원은 우리나라경제규모에서 볼 때 그 비중이 막대한 것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반도체가 무너지면 국가경제가 흔들린다고 염려하겠는가.

이런 위험부담 때문에 최근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붐 속에서도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은 국제분업이라는 명분으로 중국이나 대만업체들과 컨소시엄을구축, 「생산라인 없는 생산」으로 나아가는 추세라고 한다. 자사의 팹을 갖지 않고 중국이나 대만업체에 디자인만 주는 형태로 생산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일본업체들의 약은 꾀가 반드시 현명한 것인지 속단할 수는없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까지 내려가 전망이 불투명할 때 무모하리만큼 투자에 열을 올렸던 국내 업체들이 그 덕으로 지난 3년간 대호황을 누렸음을상기한다면 정확한 투자판단을 토대로 한 과감한 투자는 소심한 안전장치보다 훨씬 유용할 수 있다. 그래서 때로 투자는 투기와 흡사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3사는 모두 이미 세계 반도체 생산 10위권 안에 드는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들의 투자수익 여부는 그들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를 탄탄대로로 이끌기도 하고 휘청거리게도 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그런만큼 반도체 3사의 투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것이다.

전망대로 당분간 반도체 경기가 비관적이라면 외국의 생산업체들도 더 이상 과감한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고 또 마진이 줄어들면서 경기 사이클이 반전될 때까지 버텨내지 못할 기업들도 나올 것이다. 그럴 경우 지난 3년간 저력을 다진 국내 반도체 3사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시장 주도력을 키워갈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회는 무작정 반복적인 투자로 얻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의 투자를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준비로 여긴다면 잠시 숨을 고르며허술한 부분을 정비하고 보충할 것을 보충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재점검하는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중국은 현재 다른 외국 반도체업체들과 달리 주춤하는 기색도 없이 과감한투자를 한다고 하고, 이런 중국이 숨을 골라야 할 국내 기업들엔 불안하게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이 물량공세를 펴기 시작한다면 우리로서는 분명 긴장되는 일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그들의 페이스에 말려들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수 있을 것이다.

어느 기술이든 초기 첨단산업으로 공급자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때는 이윤도 많이 남길 수 있을 것이지만 그같은 기간은 길 수 없다. 이익 남는 사업이라면 너나없이 뛰어들게 마련이고 그때쯤엔 이미 보편화된 기술이 되어 과당경쟁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D램이 이미 그런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은아닌가 싶기도 하다.

만약 그렇다면 이제는 부메랑 효과 운운하며 국내 생산만을 고집할 단계가아닌 것이다. 4메가는 물론 16메가D램까지도 더 이상 국내 생산설비를 늘리려 할 게 아닌 것이다.

이미 얻은 이익은 반복적인 생산설비 확충에 쓰기보다 향후 시장주도에 나설 고도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남들의 위기는 내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투지는 바람직하지만 그 투지는 명확한 방향성을 바탕으로발휘될 때만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 반도체 경기가 하강을 시작하는 단계인만큼 국면 전환기를 겨냥한 투자에 앞서 국내 반도체 3사는 한 번 숨부터 고르고 나아가기 바란다. 투자하는 당사자들이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이겠으나 그들의 희비가곧 우리 경제의 명암이 되기에 모두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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