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하반기부터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일본 브랜드의 제품에 대해서 수입선 다변화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방침은 국내 산업에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한 논란거리이다.
이 조치가 발효되면 대형 컬러TV를 비롯한 디지털 버서타일 디스크(DVD)·오디오 등 20여개 품목에 달하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이 오는 7월1일부터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기만 하면 국내로 큰 장벽없이 들어올 수 있다.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세운 데는 나름대로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수입선 다변화제도는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무역역조를 바로잡기 위해 마련한것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좀 독특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최근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개방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약점이 돼 왔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도 적지않은 장애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같은 점 때문에 수입선 다변화제도는언젠가는 폐지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안고 있긴 했다. 수입선다변화제도가폐지되면 국내 산업은 적지않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제도를 완전히 폐지하지 않고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서만 원산지 규정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국내에 반입될 수 있도록 한것은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도 이번 조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정부가 이번 방침을 세우기 이전에 국제 산업구조와 국내 산업이 처한 입장을 얼마나 잘 파악했느냐 하는 점이다.
국제사회에서 「개방」이라는 대세와 명분에 밀려 이번 조치가 마련됐다하더라도 국내의 산업 실정을 감안해 얼마든지 슬기롭게 대처할 수는 있었을것 같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제외하고 타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자유롭게유입될 수 있는 이번 조치는 과연 일본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제외했다는 것이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는지를 따져 봤느냐 하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20여년 동안 수입초과로 인해 엔高에 시달려 왔으며 또 세계 각국의 블록화에 대처하기 위해 대부분 전자업체들이 전세계로 흩어져 현지 생산에 들어갔다.
일본은 현재 본토에서는 내수용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용은 동남아를 비롯한유럽·중남미 등 현지에서 생산한다. 특히 일본은 최근 일부 전자제품의 경우 내수용 제품조차도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역수입해 사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일본 제품에 대해서 완전 수입 개방을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전자 대국이며 특히 가전제품분야에서는 세계 1위이다. 일본산 전자제품은 전세계가 그 품질을 믿고 살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우리나라도 별 다를 바 없다. 국산 전자제품의 품질이 좋아져 일본산 제품보다 낳은 것도 적지 않지만 일본산 제품이 국내로 유입되면 국산 전자제품은 위축될 가능성은 높다. 이러한 상태가 장기적으로가면 국내 산업의 뿌리가 들뜰 수 있는 소지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일본이 현지화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았다면 정책 입안자들이 최소한이같은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개방이라는 대세에 밀려 수입선 다변화 조치를 완전 해제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때까지 버티면서 그 시기를 늦추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또 이번 조치를 보면 우리 정부가 너무 헤픈 듯한 느낌이 든다. 정부가 개방화 추세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으로부터 받고 있는 개방압력으로 인해 이번 조치를 생각하게 됐다면 그에 맞는 정책을 폈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수입선 다변화 조치에서 해제되는 품목은 그러한 점이 반영된 것 같지 않다.
즉 미국이나 유럽을 겨냥했더라면 그 나라 산업이 강한 컴퓨터나 통신기기를집중적으로 풀었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가전산업분야에 강한 일본에게 오히려 도움을 주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번 조치에 해당되는품목이 컴퓨터나 통신기기 제품들은 거의 한두가지에 불과하고 일본이 강한LDP나 DVD, 오디오 등 주로 가전제품과 산업전자 제품이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그 대상 품목이나 시기등이 확정되지는 않고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 조치가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적지 않으니만큼 다시한번 신중하게 대처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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