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기산업 기술개발 아쉽다

전력부문의 핵심기기인 중전기기를 비롯한 전기기기류의 무역수지 적자가90년대 들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당국이 집계한 3월말 현재 중전기기 수출실적은 9억5천8백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했으나 수입실적은 이보다 무려 3배나 많은 28억2천만달러로 18억2천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나타냈다.

이같은 중전기기의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92년 11억9천만달러에 이어 93년7억3천만달러, 94년 14억4천만달러 등으로 해소되기는커녕 계속 확대추세에있으며 올해들어서는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규모로 늘어나 깊은 우려를자아내게 하고 있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연평균 15%의 높은 성장을 이룩하던 전기산업이 90년대 들어 6% 수준으로 그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아닐 수 없다.

그것은 우리나라 전기산업의 영세성이 옅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증좌다. 전기산업의 영세성은 기술개발 투자의 저조를 초래하고 이것은또 중전기기의 생산성 저하와 경쟁력 약화를 가져오는 연쇄적인 파급영향을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기산업의 기술개발 투자가 총 매출액의 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로인해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65%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로 인해 80년까지만 해도 전기기기의 주요 수출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이제 사실상 수입의존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주요 수입국을 보면 일본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보다 후발국인 중국·대만을 비롯하여 싱가포르 등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국내 전기산업의 획기적인기술개발과 가격경쟁력 확보대책이 없을 경우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동남아국가에도 국내시장을 내주어야 할 형편이다.

우리나라 전기산업의 기술개발이 저조하고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는 점이다. 또몇몇 대기업들이 있지만 이들 대기업도 중소기업 육성시책으로 시행되고 있는 단체 수의계약 제도로 인해 기술개발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에 한국전력에 납품되는 전기기기류에 대한 시험결과 기술이나 성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업계의기술수준이나 품질관리가 미흡한데다 전문적인 시험기술의 뒷받침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서 아무리 우수한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완벽한 시험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것은 우수한 제품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중전기기류에서시험·평가기술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주요 수요처가 거의 대부분 한국전력에 집중돼 있고 업체의 전문화나 계열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정보·항공·자동차산업에 역점을 둔 정부의 정책으로 이 부분에 정부의 투자가 저조한 게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91년부터 제1차 중전기기 기술개발계획을 수립, 시행해오고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또 올해에 이 제1차 계획이 끝나는데 이의 후속적인 기술개발계획은 어떻게 진행되며 투자계획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정부의 투자확대도 중요하지만 이 부문의 장기 기술개발계획을 어떻게 구상하고 추진할 것인지 빠른 시일내에 더욱 명확한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전기기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고품질, 소형·경량화기기 및 자동화기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추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전기연구소가 마련한 전력시험 기술이전 및 이를 위한교육실시가 우리나라 전기산업의 기술개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에 대한 관련업계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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