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貨 가치의 급등세로 긴 불황의 늪에 빠져있던 일본 전자산업이 올들어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던 엔高가 한풀 꺾인데다 「슈퍼엔高 시대」에 대응, 제조업체들이 시도한 자구노력이 이제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의 생산기지를 저임금국으로 이전하고 국내는 고부가가치 품목 위주로 산업구조를 재편한 것이 주효, 일본 전자산업은 93년 마이너스성장, 94년 1~2%의 저성장에서 벗어나 올해는 전년대비 5.6%의 성장률로회복될 것으로 일본전자공업협회(EIAJ)는 예측했다.
일본 전자산업은 반도체를 비롯한 컴포넌트(부품)와 정보처리·정보통신등 3대 강세종목이 상승국면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같은 전반적인 회복세는세트의 경기변동에 가장 민감한 일본 PCB산업에 청신호를 드리우고 있다. 득히 PCB는 대체로 세트의 경기 변동분보다 등락폭이 크기 때문에 증가폭은 더클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유력 전자산업 관련 시장조사 기관인 「이어북(Yearbook)」은 그동안 동결 내지는 소폭 상승에 그쳤던 세계최강 일본 PCB산업이 최근 눈에 띄게 회복돼 올해와 내년에만도 금액대비 평균 8%대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며세트 및 다른 부품의 예상성장률(3~6%)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현상은 정보통신기기용 고밀도 박판 PCB 등 고부가 특수 다층기판(MLB)과 연성기판(FPC) 산업의 고성장세에서 비롯되고 있다. 유력 PCB시장조사기관인 영국 BPA는 일본이 지난 94년부터 오는 99년까지 페놀 및 에폭시단면 PCB와 에폭시 양면제품은 3~4%대의 안정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MLB와 FPC는 7~8%의 높은 성장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에서 MLB와 FPC의 활약상이 두드러진 것은 일본PCB공업협회(JPCA)의보고서에도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JPCA는 지난 91년 5백26만㎡를 정점으로하향곡선을 그렸던 일본 MLB 생산량이 지난해는 전년대비 45.6% 증가, 6백만㎡를 돌파했고 FPC는 4백만㎡을 넘어서며 무려 74.5%나 증가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물론 아직 MLB와 FPC는 양적인 면에서 단면 및 양면에 뒤처져 있다. 그러나 단면과 양면이 같은기간 5∼6%대의 성장에 그쳤다는 점에서 MLB와 FPC가일본 PCB업계의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전체 PCB 시장에서 이들 두 제품의 비중(금액대비)도 크게 높아져 올해 MLB가 38%, FPC가12%대를 점유율할 전망이다.
MLB·FPC의 강세에 힘입어 일본 PCB산업은 최근에도 호조를 보이고 있는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이 최근 6개월 가운데5개월 동안의 BB율(출하량 대비 수주량)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MLB 선적률은 20%대의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주요 PCB 업체들의 현황을 보면 세계적인 흐름에 편승, 자체적으로 PCB를 소요하는 이른바 캡티브(Captive)숍들의 약세와 전문업체들인 잡(Job)숍의 강세가 뚜렷하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후지쯔·마쓰시타·NEC·도시바등 캡티브 업체들은 마이너스 또는 소폭 성장한 반면, CMK·일본맥트론·이비덴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가져왔다.
이처럼 분명히 일본은 회복되고는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PCB 생산국인일본의 자존심이 언제까지 지속될런 지는 미지수다. 최대 변수인 엔貨가치가아직 1백엔대를 상회할 만큼 높은데다 대만·한국 등 후발국의 추격이 가속화돼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특히, 주력 제품인 MLB 가격이 계속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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