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중기획 SW산업을 살리자 (11);DBMS분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70년대에 발표돼 8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10년 넘게 기업 전산시스템의 핵심 소프트웨어로 자리잡아 왔다. 오늘날 기업과 기관 전산화 즉 DB시스템 구축에 DBMS가 이용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DB시스템은 데이터·소프트웨어·하드웨어·사용자등 4가지요소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소프트웨어가 바로 DBMS이다.

90년대 들어서는 특히 기업재구축(BPR)·다운사이징·클라이언트서버 등의 기술적 흐름에 힙입어 DBMS는 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최고의 시장 위치로 자리잡았다.

95년 세계 DBMS시장규모는 약 50억달러로서 이미 운용체제(OS)시장을앞질렀다. 현재 연간 매출액 10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노벨·인포믹스·컴퓨터어소시에이트(CA)·사이베이스·오토데스크등 이른바 「빅7」 가운데 오라클·인포믹스·사이베이스 등 3사가 오로지DBMS 만 공급하는 회사다. MS·CA도 지명도 높은 DBMS제품을 공급중이다.

지난해 국내 전 소프트웨어 업계 매출 현황을 보면 한국오라클·(주)마이크로소프트·한글과컴퓨터·인포믹스다우코리아·한국사이베이스 등의 순으로 나타나 DBMS 3사 현지법인들이 절대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수있다. 국산 DBMS는 대우통신의 「한바다」가 유일한데 매출규모는 그저『이런 제품이 있구나』하는 정도에 불과할 만큼 미미하다.

국내 DBMS시장 규모는 95년말 기준으로 연간 7백 억원대. 올해는 1천억원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고되고 있으나 국산 점유율은 수년째 1% 대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DBMS 개발과정은 OS 이상으로 고난도 기술과 조직적인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국산 시장점유울이 여의치 못한 것은 기술축적이 어렵고상용제품 개발역사도 짧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DBMS시장은 앞으로도기업과 연구소등 정책기관의 지속적인 노력이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현재와 같은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의 DBMS 기술과 시장 흐름을 통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입지를 점검해보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우선 기술 환경에서 DBMS 시장은 관계형(Relational)방식에서 객체지향형(Objected Oriented), 또는 관계형과 객체형 기술을 혼합한 객체관계형(OR)으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다. 관계형과 객체형의 구분은 처리하는데이터의 개념과 범위에 따른 것이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95년말 RDBMS시장과 OODBMS(ORDBMS포함) 시장규모는 20대1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96년에는 그 비율이 10대1로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RDBMS계열이 퇴조하고 객체형 계열 DBMS가 부상하는 것은 이 분야참여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점에서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외국과의 기술이나 노하우 격차를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DBMS제품 방식의 특징을 살펴 보면 관계형의 경우 데이터 구조에 대한 정의와 변경(유지보수)이 쉽고 표준 질의어 문법(SQL)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검색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오라클 등 빅7이 모두 이 분야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관계형은 데이터가 복잡하거나 비디오와 같은 비정형일 경우 내용물 해석에 의한 자료관리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객체형은 관계형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나 프로그램을 모델링해서독립된 객체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객체란 자신 만의 고유 기능과 데이터를갖는 소규모 프로그램 단위로서 이 기법을 DBMS에 적용할 경우 저장과 관리가 용이하다. 오브젝트디자인·젬스토어(이상 미국)·오투(O2,프랑스) 등신생 벤처기업들이 제품을 내놓고 오라클 등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객체형은 일관된 데이터 형식과 SQL처럼 공통된 질의 방법이 없어 데이터 검색에 약점을 갖고 있다.

혼합형인 ORDBMS는 객체형의 데이터 모델링 기법과 관계형의 SQL과 같은 일관된 질의 문법 체계를 통합시킨 방식이다. 최근 인포믹스에 흡수돼 화제가 된 미국의 일러스트러와 한국계 유니에스큐엘(UniSQL)등이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혼합형은 완전한 제품형태라기 보다는 관계형에서객체형으로 옮아가는 중간단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OODBMS 또는ORDBMS 공급사들의 경우 90년대 초 시제품을 발표한데 이어 최근 23년사이 상용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아직은 관계형 제품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편이지만 인터네트나 멀티미디어 시대가 심화될수록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관계형 제품의 양대 산맥 가운데 하나인 인포믹스가 일러스트러사를 인수, 객체형 관련 분야로 제품 선략을 선회한 것은 좋은 예이다. 오라클 역시 기존 관계형 제품에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해가는 것도 기술이나 사용자의 요구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하겠다.

한편 국내 DBMS 개발현황은 우선 관계형의 경우 미국보다 15년 정도가뒤진 90년부터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시작, 현재까지 모두 4종의 시제품과 1종의 상용제품이 발표됐다. 시제품 4종은 KAIST(현 KIST) 문송천박사팀의 「인포메이션 매니지먼트」(90년5월), 한국전자통신연구소 김명준박사팀의 「바다」(91년8월), 삼성종합기술원 주복규박사팀의 「코다」(92년 12월), 서울대 김형주박사팀의 「SRP」(95년 5월) 등이다. 이 가운데 「바다」는 93년 대우통신에 의해서 「한바다」라는 이름으로 상용화돼 국산주전산기 「타이컴」에 이식돼으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객체형 분야에서는 KIST의 「오딧세이」(95년 9월), 서울대 김형주박사팀의 「SOP」(95년 10월) 등 시제품이 발표돼 현재 프로그램 안정화와상용화를 위해 기업 대상으로 소스 공개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 통산부 주관의 산학연 공동 프로젝트로 현대전자·동양SHL·서울대·KIST가 객체형 DBMS를 공동개발 중이다.

객체관계형 분야에는 유니에스큐엘과 한국통신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분산형 DBMS 개발 프로젝트도 있다.

시제품이나 개발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객체기술 관련 DBMS 분야이다.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대학·연구소·기업관계자들은특히 객체형의 경우 외국 유명 상용 제품과 기술격차나 시차가 별로 없어 승부수를 띠울만한 분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조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항상 그렇듯 국내 기업·연구소·대학이노력하고 있을 동안 외국기업들이 연구개발을 중단하고 가만 있지는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같은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급변하는 기술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보 적응력을 기르는일이라 할 수 있다. 객체형DBMS 기술규격을 주도하는 ODMG(국제 객체형DBMS관리그룹)의 발빠른 움직임을 주시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일 등은그 좋은 예라 할수 있다. 물론 개발연구 환경의 지속적인 조성을 책임져야할 정부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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