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우통신-세진컴퓨터랜드 갈등 표면화

세진컴퓨터랜드와 대우통신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세진의 한상수사장은 최근 앞으로 대우통신과 상관없이 독자적인 사업을전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으며 대우통신 또한 세진의 이같은 행동을묵과할 수 없다며 이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세간의 화제를 뿌리며 결합한 두회사의 관계가 조만간어떤 형태로든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소문이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특히 대우통신이 지난해 세진의 지분을 매입한 이후 두 회사는 내부적으로는 기업문화의 차이에서 파생된 불협화음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지만 외부적으로는 공조체제에 이상이 없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드러내놓고 「이제 한번 해보자」는 식의 감정싸움으로까지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대우통신이나 세진컴퓨터랜드는 어차피 최후의결정을 내려야 할 수 밖에 없는 듯하다.

관련업계에서도 『지난해 연말 대우통신이 세진의 지분을 인수한 이후 불거져온 양사의 갈등이 이제 표면화된 것에 불과하다』며 『어차피 대우나 세진으로서는 한번쯤 두회사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만큼 조만간 모종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두회사의 결합 이후 대우측은 세진이 당초 경영과 자본을 분리· 운용키로 했던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지나치게 독자적 경영을 추진하고있는데 불만이 많았다. 세진 또한 대우통신이 월 매출액 5백억원이 넘는 회사를 일개 대리점사업부 정도로 취급하고 있을 뿐아니라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데 반발을 해왔다.

이같은 두회사간의 내부적인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 세진의 한상수사장이 모신문을 통해 『세진은 세진이며 자금문제가 해소돼 이제대우통신과 새로운 계약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히며 대우통신과의 관계를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비롯됐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대우통신은 한사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진위파악에 착수하는 한편 세진이 대우통신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만큼 대우통신도 이에 걸맞는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대우통신은 이의 일환으로 세진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에게 대우가 더이상 세진을 지원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근 대우 계열사인 대우할부금융이 이달들어 세진이 발행한 어음에 대해할인을 중단키로 결정했으며 또 최근 세진이 발행한 어음에 대해 결재기간을연장하도록 금융기관에 요청하는 어음연장 보호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음할인과 어음연장보호 등은 자금난에 몰렸던 세진이 대우통신을 사업파트너로 받아들이면서 내걸었던 핵심사항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 볼때 대우통신의 이번 조치는 실제적으로 더 이상 세진을 사업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대우의 이같은 입장이 전해지면서 상당수의 부품업체들이 세진과의 거래를기피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S사 등 세진에 수십억원대의 부품을납품한 일부업체들은 대금회수에 적극 나서고 있기도 하다.

세진도 이같은 대우의 공세에 맞서 대우측의 어음발행 중단이 있은 직후인지난 16일 납품업체와 협력업체를 긴급하게 소집, 모종의 대책회의를 개최했으며 이 자리에서 앞으로 대우와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음을 전제하고 어음할인중단 등에 대해 협력업체와 공동대응책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두 회사의 관계가 예전과달리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대우의 한 관계자는 『대우와 세진의 관계는엄격히 말해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라며 『이같은 관계를 무시하고 세진이 대우를 인정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벌여 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 일』이라고 지적하고 세진의 최근 행동에 대해 분명히 하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대우측으로서도 세진과 결별할 경우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은데다 여론의 비난 또한 중소기업인 세진보다는 대우통신에 쏠릴 수 밖에없어 대우가 손쉽게 결단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는게 두회사의 최근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는 업계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하여튼 이번 두회사간의 갈등은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양승욱.신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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