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6일 오전 주한 영국대사관 아스톤홀에서 최초의 한·영합작영화인「더블크로스」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토머스 해리스 영국대사가 직접 주관한 이날 발표회에서 동아수출공사의 이호성 이사와 그라나다의 브라이언파크는 합작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번 합작은 영국대사관이 합작선을 주선하고 대사관저를 영화세트장으로제공하는 등 영화제작에 직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올들어 국내 영화사들의 해외진출은 이처럼 외국대사관의 지원을 받을 정도로 힘을 얻고 있다. 예전에도 국내 영화사들의 해외진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여러건의 합작영화제작이 거창하게 발표됐으나 발표와는 달리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국내업체들의 투자규모 역시 보잘것 없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영화사업에 뛰어들면서 해외진출의 규모도 커져 새로운상황을 맞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해외영화사에 대한 대규모 자본참여와 함께외국영화사들과 공동제작을 통해 협소한 국내시장을 탈피, 월드와이드시장을겨냥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제일제당이 드림웍스SKG사에 3억달러를 투자키로 하면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의 판권을 확보하는 것을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투자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삼성영상사업단이 제일제당에 이어 미국의 독립영화사인 뉴리전시사에 6천만달러의 자본을 투자, 7.4%의 지분을 인수한 것. 삼성영상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미국 뉴리전시사의 영화제작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6천만달러의 자본을 투자하는 대신 뉴리전시의 모든 영화에 대한 한국내 판권소유와 아울러향후 제작되는 영화를 독점적으로 한국에 배급할 권리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의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는 것과 함께국내 영화업체들은 해외영화사들과의 공동제작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올들어 현재까지 발표된 합작영화 건수만 해도 4건으로 투자금액이 50억원을 웃돌고 있다.
공동제작에 나선 국내영화업체들은 모두 한국시장만을 겨냥하기보다는 합작업체를 통해 세계시장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대대적인 제작발표회로 관심을끌었던 동아수출공사는 합작영화의 80∼90%의 대사를 영어로 처리,합작사의배급망을 통해 세계시장에 직접 배급할 계획이다.
국내 영화사들이 우물안 개구리에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국내 영화사들의 해외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대우 영화사업부의 조남신부장은『아메리칸드래곤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을 적극 구상하고 있다』면서 『영화제작과 관련 인프라구축이 비교적 잘되어 있는 동구권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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