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바보상자를 요술상자로..

柳赫仁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각자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 또 저마다 나름대로 취향과 관심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성향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추세다. 대중의 방송시청 형태에서도 이 점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방송을 시청하는 이유를 봐도 그렇다. 단순히 소일거리나 뉴스를 듣고자TV를 시청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얻어려고는 것도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다양한 욕구 만큼이나 다양화되고 전문화된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맞춘 케이블TV의 등장은 시대의 필연적인 요청이었다. 케이블TV가 본방송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난 3월1일로 벌써 첫 돌이 지났다. 이제 방송도 케이블TV를 빼놓고는 논할 수가 없게 됐다. 게다가 21세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케이블TV에 거는 기대와 역할은 여전히크기만 하다. 이제는 내가 보고 싶은 때에 보고자 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수 있는 시스템에 차츰 길들여 가고 있다. 그만큼 케이블TV가 지니는 문화적 의미는 커지고 있다.

고작 1년이라는 짧은 연륜의 케이블TV를 두고 그 功과 過를 논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아직 앞으로 가야할 길이 너무나도 먼 것이 현실이다. 우선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수준있는 작품을 만들도록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 연내 1백50만 가구 확보의목표가 달성되고 나면 시청자의 목소리도 한층 커질 뿐 아니라 프로그램의질적 문제가 지금보다 한층 심도있게 다루어 질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처럼 현재 케이블TV가 안고 있는 어려움은 양적인 확장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프로그램의 질적인 측면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야말로 「두 마리 토기를 쫓는」지혜가 필요하다. 「양적성장」과 「질적성장」은 언뜻 보기에는 모순적인 것이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선정적인 볼거리로 대중의 시선을 끌려고 했다가는 당장의 이익은 볼 수 있을진 몰라도 얼마 안가서 비판의 아우성이 터져 나오게 되고 그만큼 케이블TV에 대한 인식이 나빠 질 것은 불을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제3자가 나서서 남의 작품에 가위질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율심의제도가 자리잡아야 한다. 심의를 업계의자율에만 맡겨서 위원회의 직무를 유기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위원회는바람직한 자율심의규정을 마련해 이것이 잘 시행되도록 성심성의껏 지도하고제작자들은 충분히 그 취지를 이해하고 따를 때에만 자율심의제도가 정착될수 있다. 눈가리고 아옹식이라면 업계 스스로 자율심의제도화를 거부하는 것이 되고 만다. 남이 채찍질 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제작자 스스로의 철학이묻어나는 방송이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자율심의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규제를 완화한다는 소극적 의미보다는 스스로의 책임 아래 프로그램의 질적향상을 기한다는 적극적인 의미에 더 큰 비중이 있다.

10만이 채 안되는 가입자로 본방송을 시작한 이래 만 1년 만에 70만으로가입자를 증가시키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과 지금도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상태에서 업계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성공적인 케이블TV사업을 이루고자 원한다면 小貪大失의 愚를 범하는 일이 켤코 없어야겠다. 시간에 구속받기 싫고 저마다의 라이프스타일과 관심분야가 다른 현대인들에게 케이블TV는 얼마든지 매력넘치는 첨단의 利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예만 봐도 1960년대초 컬러TV가 최초로 도입됐을 때 동경올림픽과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얼마 못 가서 「TV는 우매한 대중으로 전락케 만드는 주범」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난 지금, TV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적적인 면이 더욱더 부각되어 「문명의 이기」로서 각인되고 있다. 그것은 TV가 삶의 풍요와 생활의 지혜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케이블TV의 시작과 함께 「TV는 바보상가」라는 부정적인 인식을걷어내고 케이블TV는 각양각색의 전문화된 시청욕구를 언제든지 충족시켜주는 「요술상자」로 새롭게 인식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케이블TV의 전문편성과 전일방송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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