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학생증은 곧 현금으로 통했다. 인사불성이 될만큼 술을 마시고 나오면서 돈 대신 당당하게 내밀던 것이 바로 학생증이었다. 대학생이란 신분이 바로 신용의 보증수표로 통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같은 풍속도는 크게 변했다. 학생들의 씀씀이가 커지고 대학생의 수가 늘어나면서 계산대 위에는 신용카드나 수표가 놓이는 일이 더 많아졌다. 이제 가게에서도 학생증을 담보로 음식을 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근들어 계산서와 함께 학생증을 내밀던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각 대학에서 학생증과 직불카드를 겸한 「캠퍼스카드」의 보급이 크게 늘고있기 때문이다.
캠퍼스카드는 학생증은 물론이고 도서대출증, 직불카드, 현금카드의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는 다기능ID카드다. 이 카드만 가지고 있으면 도서관이나 교내연구소, 학교안의 어디든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카드리더기가학생증 안에 들어있는 정보를 인식, 바로 출입자격을 확인해 주기 때문이다.
한일은행 홍종의 대리는 캠퍼스카드 등장에 대해 『대학은 학생증 분실로재발급등을 하지 않아 업무효율화와 대학의 이미지 제고를 꾀할 수 있고 은행은 미래고객 창출를 도모할 수 있어 서로 좋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과 은행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올해안에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캠퍼스카드를 발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직불카드의 기능을 이용하면 현금이 없더라도 친구들과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고 구내 서점에서 필요한 학용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교내 매장의 승인단말기만 설치하면 학생증으로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마실 수도 있다. 교내 곳곳에 설치된 현금자동인출기로 예금한 돈을 찾을 수있음은 물론이다.
이달부터 실시할 예정인 직불카드의 해외 사용이 가능해지면 베낭여행도학생증 하나만 들고 떠날 수 있다. 직불카드를 해외에서 사용할 경우 62개국의 화폐로 자동 환산되므로 환율계산에 골치를 썩일 필요가 없다. 또 도매환을 적용하기 때문에 돈을 환전해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현재 이 통합학생증 제도를 도입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 50여 개다. 학생들에게 신청을 받아 제휴은행이 일괄 발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94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현금카드 기능을 가진 학생증을 발급한 고려대는 이미 신입생들 에게 통합학생증 발급을 마쳤으며 재학생들에게도 발급신청을 받고 있다. 연세대도이달안에 한일은행을 통해 통합학생증을 발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2학기부터 재학생들에게 통합학생증을 발급한 성균관대는 올해 신입생들에게도 서울은행의 캠퍼스카드를 배부키로 하고 이달부터 제작에 들어갔다.
서울은행 서성환 과장은 『앞으로 통합학생증의 기능이 보다 다양해 질 것으로 보인다』며 『도서대출과 반납의 기록, 기숙사나 실습실의 출입증 등의역할까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학교내의 각종 시설 뿐만 아니라대학가의 서점, 식당, 커피전문점 등 거의 모든 곳에서 통합학생증으로 거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봉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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