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27)

아파트는 세개 층에 걸쳐 생활공간과 작업공간으로 나뉘어 있고 캔버스 벽으로 된 콘크리트 구조다.

아랫층 바닥에는 방석이 놓여 있고 물건이 높게 쌓인 테이블도 하나 있다.

작업장에는 기계 등속과 분해된 컴퓨터 카드, 그리고 아직도 실꾸릿대에 감겨 있는 섬유광학실 등이 널려져 있다.

단검을 휘두르며 서 있는 12피트짜리 심홍색 데와왕의 찌푸린 얼굴을 조명불이 비춘다. 데와왕은 12세기 니오사(寺)의 수호천사다.

『저거 어디서 난 겁니까?』

고비가 놀라 묻는다.

『박물관 작품감인데……. 엄청나게 준 것 아닙니까?』『그렇게 보이세요?』

마모가 기분이 좋아 묻는다.

『어디서 났습니까?』

『일 대신에 받은 겁니다.』

『아, 그래요…….』

고비가 안 믿어진다는 듯 말한다.

마모가 웃는다.

『저 니오는 제 친구입니다. 언젠가 〈대디지탈너머〉에서 돌아왔죠. 가끔생각도 못한 보물이 튀어나올 때가 있잖습니까? 찾아내는 사람, 갖는 사람,뭐 그런 것 말입니다, 하하하.』

놀라운 일이다. 그게 정말 가능한 것일까? 실제적으로 존재했던 역사적인유물을 과거로부터 가져온다고? 이제 알만하다.

노스비치의 심리탐정사무실에 앉아 있는 고비에게 변호사 하나가 취리히에있는 술상의 부탁으로 왔다며 상담을 청했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손님 중에 3백26개 버미어 진품을 소장하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그런데요?』

『전부 같은 그림입니다. 1669년작 〈레이스 만드는 사람〉으로 나무 위에그린 유화죠.』

『네…….』

『원작을 가지고 있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은 저희 손님의 소장품을 소각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그래, 제가 할 일이 뭐죠?』

『제 손님의 소장품을 진품으로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소장품 전부 합법적으로 수입관세도 내고 정식으로 이전된 겁니다…….』

『슬슬 일을 시작할까요?』

야즈가 마모에게 말한다.

『좋아요. 아까 그 사진이나 한번 더 보도록 하죠.』고비가 넘겨준다. 마모는 그걸 받아들고 방석에 앉는다. 얼굴에서 은색 챙을 걷어올리자 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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