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18)

"대기업들의 성채죠."

야즈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저기 저건 스미토모 그룹입니다."

"그래요?"

성벽에 나부끼는 스미토모 현수막을 지나 다리 밑을 통과한다.

"그거 어떻습니까?"

고비가 야즈에게 묻는다.

"뭐가 어떠냐구요?"

"밤에 변화가 오면 느낌이 어떠냐는 겁니다."

야즈는 더 높은 층 차선으로 들어가며 속도를 올린다. 잠시 아무 말도 없다가 입을 연다.

"그건 왜 물으시죠?"

갈라진 듯한 목소리다.

"사람마다 달라서 이렇다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저한테도 박사님한테도 다다르거든요."

야즈가 기어를 넣자 토모는 덜컹하는 듯하면서 다시 앞으로 튀어나간다.

"박사님,"

야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누가 우리 뒤를 쫓아오는 것 같습니다."

야즈가 경고한다.

"돌아보지 마세요. 후면 스캔을 보시면 검정색 바라쿠다 미아타가 보이시죠?"

고비는 헤드세트 안의 오른쪽 눈썹 바로 위에 있는 오목렌즈의 초점을 맞춘다.

길가의 차들 사이를 뚫고 뛰어넘으며 따라오는 검정색 바라쿠다가 예사롭지않은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그 차는 토모를 따라잡아 불꽃을 튀기며 부딪치고있다. 놀란 고비와 야즈는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른다. 상고머리에 얼음처럼차가운 눈을 한 두 남자가 보인다. 싸구려 실크 양복 위로 근육이 드러난다.

"야쿠자입니다."

야즈는 최대한 균형을 유지하며 숨을 죽여 말한다.

그는 토모를 더 앞으로 몰아붙인다.

야쿠자들은 잠시 아래층으로 사라지더니 금세 토모 옆으로 나타난다. 이제둘은 경주를 시작한다.

"이놈들아!"

야즈는 욕을 하며 몸을 숙이더니 가방에서 채찍을 하나 꺼낸다. 검정색에길고 가시가 돋혀 있다. 야즈는 단숨에 바라쿠다의 앞 유리창에 일격을 가한다.

멍하니 보던 야쿠자들은 홱 머리를 수그리지만 이미 유리창은 산산조각이난다.

차는 균형을 잃고 스파크를 튀기며 옆의 안전로 위로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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