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10)

"제 사무실은 어떨까요?"잠시 눈을 껌벅거리던 와다가 갑자기 밝은 미소를띤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은 항상 보이지 않는 칼을지니고 있는 셈이죠.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칼말입니다.""격언으로 말하는사람은 밝은 대낮에 안개를 만들죠."와다 액션이 인상을 찌푸린다.

"죄송하지만 그런 표현은 처음 듣는데요?"

"순자가 한 말입니다. <해학의 예술>에서 나오는 말이죠.""아!"

와다가 다시 웃는다.

"전 고전 공부 좀 더 해야겠습니다."

"그래, 제게 하고 싶은 말씀이 뭐죠?"

"아, 그건 둘만 있을 때 했으면 하는데요. 바로 저기가 제 사무실입니다."고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에서 나가고 있는 이사회의 다른 사람들과 악수를 나눈다. 웨버에게 손을 건네자 그가 말한다.

"우리 일을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박사님만 믿겠습니다."유키 아베와도 악수를 나눈다. 그녀의 눈이 부드럽게 빛나고 창백한 손은 따뜻하다.

"아드님 일은 정말 안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의 손을 꽉 쥐며 말한다.

"무슨 일이든 도움이 필요하시면 알려주세요"하며 그에게 명함을 건넨다.

명함에서도 그녀의 향내가 난다.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와다 액션이 앞장선다. 그들은 복도로 나가 정원의 모래를 긁어모으는 정원사들을 지난다.

문 앞에 이르자 와다는 보안 카메라에 넥타이를 맞춘다.

"비밀 암호죠"하며 고비에게 미소를 짓는다. 문이 열린다.

그리 큰 사무실은 아니다. 창호지로 된 칸막이와 만다라형 천정 그리고 반들반들한 시멘트 바닥이다. 스테인리스로 된 조각이 간접 조명을 받으며 양쪽끝에 서 있다. 철제 의자가 니스칠이 안된 소나무 탁자 주위에 놓여 있다.

"앉으시죠."

와다 액션이 의자 하나를 가리킨다.

"저는 단순한 물건들을 좋아합니다."

고비는 뼈만 앙상한 의자를 하나 당겨 앉는다.

"어쩌면 제 아버님이 선(선)을 하셔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안보였죠?"

고비는 잠자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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