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세상의 끝, 서킷 보드의 중심 (7)

그것은 눈을 뜰 때까지만 하더라도 날아가는 새의 얼굴이었다. 아이의 눈은 어디로 간 것일까? 머리는 갈색에 곱슬머리고 얼굴은 황금빛 햇살 같다.

그러나 아이의 눈만은 화면에 보이지 않는다. 녹화가 안되는 것이다.

갑자기 다리가 이불 밖으로 튀어나와 침대 밖에 떨어진다. 맨발이 리놀륨위에 놓이고 속옷이 발목까지 내려온다. 아이는 잠시 가만히 옆에 잠들어 있는아이들을 바라보더니 아는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베루시카, 베루시카!"

가느다란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고비는 등골이 오싹한 것이 느껴진다. 이는 혼수 상태에서 하는 첫 마디말인 것이다. 하지만 사실 혼수 상태는 무엇일까? 꿈의 어느 부분이 깨인 것일까? 이제 그 아이는 방을 따라가면서 아이들의 신경 지원선을 하나씩 끊는다. 모니터에 나타나던 꿈들이 하나하나 꺼지기 시작한다. 할 일을 마치자아이는 침대 위에 걸터앉아 무언가를 기다린다.

오전 4시 19분 32초.

필름을 조금 앞으로 돌린다.

오전 4시 22분 8초.

"이제 시작합니다."

유키가 우물우물하며 말한다. 모두들 가만히 기다린다.

하나, 둘, 셋……. 아이들이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데 모여 서로상처를 보여주고 이마와 손을 비비며 혀도 내밀어 보인다.

그때 방의 저 쪽 끝에서 하얀 섬광 같은 것이 번쩍인다. 검은 머리에 검은눈을 한 간호원 복장의 체구가 큰 여자가 서자 아이들이 모두 그 쪽을 향해다가가기 시작한다. 여자는 마치 발이 얼어붙은 듯 꼼짝을 않는다. 앞에 서있던 사내아이 하나가 손가락을 들어 그녀를 가리킨다.

유키가 리모컨을 조작하자 화면이 꺼진다. 조지 웨버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담뱃갑을 집어든다.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깊이 들이마신다.

"제기랄."

다른 사람들은 방금 본 것을 마음 속으로 음미하듯 여전히 아무 소리없이앉아 있다.

마침내 와다 액션이 입을 연다.

"그래,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마을 근처의 숲에서 걸어다니고 있는 채로 발견되었답니다.""그래서요?"

"그 쪽 사람들은 아직도 미신을 믿는 편이라서 여자의 시체를 발견한 후연장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무당한테 자문을 구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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