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이 자유화된 후 처음으로 작년에 우리 나라에서 나간 여행자 수가들어온 수를 능가했다. 실로 국제화 시대에 가가이 갔다는 증거이다.
외국여행은 아무래도 선진국, 그것도 말이 더 잘 통하는 영어권이 편하다.
같은 일정에 더 많은 것을 접하고 알게 된다. 말이 안 통하는 경우(필자의경우는 일본)는 전반적으로 비효율적인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행을 갈 때 언어소통이 잘되는 곳을 더 선호하게 되고, 따라서 자연히 그런 곳들과 문화, 사회적 교류도 증가하게 된다.
정보통신 서비스의 비약적인 발전, 특히 인터네트에서의 웹서비스, 국제PC통신 서비스의 확산으로 가만히 앉아서도 수많은 외국의 정보를 캐내는 것이가능해졌다. 아직까지 많은 정보가 무료제공되므로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인터네트로 대표되는 국제정보통신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들이 찾아보는 정보는 대개 오락성이거나 업무용이다. 오락성인 경우 저질 음란성 내용의 글이나 사진도 있지만 문화자료, 관광정보, 기타 생활정보 등의 이용도가 급증하고 있다. 업무용의 경우 연구용 자료를 찾는다는가, 다른 기관의 간행물을살핀다는가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많은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저장되어 있는 기관의 검색을 더 자주하게 되며, 이들은 대부분 선진국내에 위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선진국으로부터 후진국으로 향하는 정보트래픽의 양은 그 반대방향의 수십 배에 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현상은 지금까지 전화.팩시밀리에서 나타났던 것보다 정도가 심한 것이어서 앞으로 정보의 수요.공급에 따른 새로운 세계질서가 자리잡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단편적인 예로 우리나라의 정보흐름은 미국일변도이며, 이는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정작 정보시대의 불균형적인 국제관계의 주요한 원인은 언어의 장벽이다.
일본내에 수많은 유용한 데이터베이스가 있지만, 일본어로 되어있다는 이유때문에 국제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잘 구축된 PC 통신용공공정보, 언론기사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 스페인 등의선진강국이 정보서비스에서 그 나라의 정치력.경제력.군사력.문화재산에 훨씬못 미치는 활약을 보이는 것도 언어때문이다. 아무리 잘 구축된 정보 데이터베이스도 우리가 모르는 언어로 되어 있다면 검색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수만개의 데이타베이스를 갖고 있는 프랑스의 미니델 관련 서비스를이용하지 않으면서도 훨씬 덜 발달된 영국의 웹서버들을 찾는 것도 언어때문이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보아 정보제공자와 사용자는 이용언어에 따라 몇 개의그룹으로 나뉘게 되며, 그룹간의 교류는 매우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표적인 그룹으로 예측되는 것은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중국어와 같이 언어의사용인구가 크고,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언어권이다.
이외에도 일본.한국.독일.이스라엘.아랍과 같이 민족적 단일성이 강하거나종교적 순수성이 높은 경우도 지리적인 국경을 뛰어넘는, 언어에 의한 정보시대의 새로운 국경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 높다.
이미 모든 면에서 국제언어로 자리잡은 영어는 정보시대의 발전으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며 다른 언어권의 독자적인 발전을 매우 불균형적으로 억압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국제화가 진전함에 따라 국내 주요데이터베이스도 한국어.영어 이름으로 작성되기 시작했으며, 따라서 사용자들도 영어만으로 검색해도 한국정보가 대부분 나타나므로 통신서비스 이용면에서 한국어 사용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초강대국 "영어(또는 미국어)국가"는 이미 출현했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위세는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그러면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 것인가.
우선 한국어 사용권의 독립적 위상을 보호하고 역사와 문화의 아이덴티티를지키기 위해서 "한국어 국가"의 내실을 기해야 할 것이다. 즉 좋은 자료와빠르고 값싼 통신서비스를 한국어정보에 결합시킴으로써 한국어 사용자에 대한 좋은 질의 기본 서비스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영어 및 그 외의 주요 언어권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많은 이중언어 서비스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제2.제3 언어를 조기에 습득해 다양한 정보를 직접 소화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전체국민의 언어능력 향상은 그러나 매우 오랜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임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단기 해결방안으로는 부적합하다.
언어를 앞세운 외국의 경제.문화.가치관의 초고속 국내진출이 예상되는 지금, 우리는 스스로 매우 심각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를 잊어버리지 않고도 국제화를 잘할 수 있을까"라고(독자의견 보낼곳:yhchio㉹ smart. sun. ac.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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