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정밀.유원전자.(주)심텍 등 중견그룹에 적을 두고 있음에도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온 PCB업체들이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재도약하기 위해 힘찬시동을 걸었다.
이들 3사의 공통점은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대기업에 뿌리를 두고 출발했고 하나같이 초기기반을 채 닦기도 전인 91~93년 계속된 전자산업의 불황으로 수차례의 위기를 넘겼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만큼 업계에서는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아오지 못했으며 계속되는불황으로 아직도 적지 않은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사주가 바뀌는가 하면 사장이 빈번히 교체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PCB시장이 다시 호황세를 타면서 상황이 나아졌다지만 대세가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나 PCB산업이 다층기판(MLB)시대를 맞아 대형투자를 요하는 장치산업화되면서 한결 자신감을 회복한 이들은 지난해부터 과감한 투자와 군살빼기를 병행하며 제2의 창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우그룹 관계사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다가 계속되는 사업부진으로 "사업포기설"이 나돌다가 지난해는 대우 계열사로의 흡수통합설까지 무성했던남양정밀은 최근 이수그룹으로 새로 태어나면서 가닥을 잡음과 동시에 재도약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대우그룹의 사돈기업인 이수화학이 대우그룹의 소유.분산전략에 따라 "이수그룹"으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남양정밀을 사실상 접수한 것. 지난해말 남양의 사령탑에 오른 이수화학 김찬욱 사장은 직접 대구공장을 드나들며 경영정상화에 발벗고 나서 대규모의 재투자를 진행중이다.
남양은 이제 적자누적 상태의 단면사업을 중단하고 PCB시장의 기대주라는다층기판(MLB)으로 재충전,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는 10월까지마무리될 설비증설 규모는 MLB 1만5천장을 포함해 산업용 PCB 2만장으로지금의 2배 수준이다. 증설과 함께 통신장비용 고부가 MLB 등 신규품목을추가, 지난해 대비 70% 이상 늘어난 3백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주방적그룹 계열 심텍은 과감한 재투자와 안정적인 수율에 의한, 속칭 "양떼기"보다는 특정 고부가품목에 사업을 특화하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는사례. 모듈램 PCB에 전력을 집중키 위해 이름까지 충북전자에서 "심텍(SIMM-Tec)"으로 바꾼 이 회사는 이 분야에선 나름대로 위치를 점하고 있다.
SIMM(Single In-line Memory Module)용 PCB에서 자신감을 얻은 심텍은 최근 BGA보드 등 반도체관련 PCB전문업체로서 독특한 "색깔"을드러내며 지난해 전년대비 2배 가량 늘어난 3백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에는 고다층 PCB를 새로 추가해 무려 6백억원의 PCB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주유업체인 대선주조그룹에서 최근 영풍그룹으로 옷을 갈아입은 유원전자도많은 좌절을 겪은 끝에 실질적인 제2창업을 맞고 있다. 특히 새 주인인 영풍그룹이 유원의 주력품목인 연성PCB(FPC)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어재도약을 위한 탄환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유원은 이에 따라 현재 기존 생산능력의 2배 이상의 설비증설과 일본 유수의FPC업체인 스미토모사와의 합작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회사는 또 한정된 국내시장보다는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FPC사업의 돌파구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이렇듯 중견그룹에 젖줄을 댄 이들 세 업체 모두가 창립이래 최대의 설비투자를 통해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양극화"와 "대형화"로 대변되는 PCB산업의 구조조정기에 이들의 성공여부는 섣불리 판단키 어렵지만, 이들이 이제PCB사업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 보인다.
<이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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