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통신개방 "거센바람"

새해에는 러시아의 통신시장 개방이 확대될 전망이다.

모스크바의 러시아 텔레콤을 비롯한 러시아 전국의 86개 전화회사들은 최근모스크바에서 전체 회의를 갖고, 지난해 자신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스비야친베스트의 주식을 외국업체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의에는 이례적으로러시아 통신부의 블라지미르 불가크 장관이 참석, 통신시장 개방 방침을더욱 확실히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통신시장에 대규모의 민영화, 개방화바람이 불 것으로 보이며, 개방 폭이 가장 큰 석유화학 업종을 앞질러서 통신 시장이 먼저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방 반대론에서 개방 불가피론 쪽으로 러시아의 통신 환경이 달라지게 된데는 통신분야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자금부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러시아에는 지난해 1백50만개의 전화회선이 설치되어 3조5천억원의 통신 수입을 올렸으나, 이 모두가 국고에 들어갔을 뿐 통신분야에 재투자된 돈은 전체의 0.7%에 지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체첸지방에 전쟁이 일어나 이 지역의 통신설비 복구비에 수입의 50%가 들어가는 바람에 투자액이 더욱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같은 사정에 따라 러시아 통신 당국은 올해 필요한 7억5천만달러 상당의투자비를 외국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필요한 재원은 주로 외국에 있는이름있는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우리들의 주식을 국제거래소에 내다팔지 않을 수 없게 됐으며, 거래를 맡아줄 신뢰성 있는 국제중개상을 물색중에 있다" 불가크 통신부장관의 말이다. 국제 중개상으로는러시아 텔레콤의 자문을 맡고있는 메릴린치사를 비롯한 8개 회사가 거론되고있다.

국제주식거래소와 선을 대는 한편으로 러시아 통신 당국은 서구식의 회계제도로 러시아의 통신 회계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같은 통신개방 움직임은 자기 회사의 주식을 5%미만으로 갖고 있는 국내 투자가들로부터는 대체로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통신시장이 열리면서 지역 시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일고 있기는 하다. 특히 지방에 있는 러시아국내의 금융거래소들이 해외투자 시장에 러시아의 주식이 공개되는 것에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어서 통신시장 개방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통신 시장개방과 함께 러시아 통신부는 요금 체계를 현실화하고, 지방 통화료의 징수방식을 통화단위 위주에서 분당 요금 징수체계로 바꾸는 방안을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지방정부 당국이 통신요금을 묶어두고 있어서 생활비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년전의 1.2%에서 지난해는 0.3%로 오히려떨어졌다는 게 통신 당국의 분석이기 때문이다. 분 단위의 요금징수체계에대해선 아직도 알타이, 카스트롬스크, 사라토프 등 몇몇 지방 당국이 반대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제까지 분 단위의 요금 징수를 반대하던 37개 지방이 새로운 요금체계에 찬성해서 올해안에 요금 징수기를 붙일 계획이어서지방정부의 통신 수입을 평균 2배 가량 올릴 전망이다. 86개 통신 회사들은5명의 "스비야친베스트"의 이사 가운데 4석을 해외 투자가들을 위해 비워놓고있기도 하다. 해외에서 들어올 7억5천만달러의 투자액은 러시아 각 지방의통신현대화사업에 투입될 전망이다.

한편 러시아 통신부는 해외 자본가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통신시장을 개방하는 한편 라이선스 감독을 통해 통신 시장을 조정하는 정책을 올해에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50개의 개인기업이 통신라이선스를 반납했다. 1월말부터는 허가된 통신 라이선스 전반에 대해서 재등록이 실시될 예정이다.

【모스크바=김종헌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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