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뉴도쿄를 향하여 (16)

서쪽으로 인삼 뿌리 같이 생긴 대한반도가 밝게 빛나고 있다. 북쪽의 오호츠크해까지 연결된 것으로 보아 저 불빛이 켜진 해안선은 틀림없이 시베리아일 것이다. 고비는 다시 어둠 속을 들여다본다. 혼슈.큐슈.시코쿠.홋카이도와 바둑알처럼 여기저기 흩어진 작은 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보이지않는다.

"거참 기가 막힐 노릇이군......."

식당으로 들어서며 고비는 한숨을 내쉰다.

"정말이오, 아가씨. 아까 예약을 했다니까요"하는 영국식 억양이 들린다.

당황한 안내 아가씨가 예약장부를 뒤지는 동안 사파리 양복을 입은 키 큰 영국인 하나가 슬쩍 고비네에게 윙크를 한다.

"죄송하지만 아무리 봐도 성함이 없는 것 같은데요."

어색한 미소를 띠며 그녀가 사과한다.

"채드위크요. 사이먼 채드위크."

그도 물러서지 않고 말한다.

"아니면 차두위쿠를 찾아보시죠. 혹시 그렇게 썼을지도 모르니까."

아가씨는 소매에서 레이스 달린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는다.

6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그 영국인은 햇빛에 그을린 얼굴에 노루신 같은구레나룻이 얼굴 양쪽에 자라 있다. 은빛머리는 주름진 이마와 긴 코, 그리고 스파니엘개 같은 갈색 눈이 드러나도록 아무렇게나 빗겨져 있다.

웃을 때는 노란 이 사이로 틈이 드러난다. 그 노란 이는 아마도 지난 세기의 니코틴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사파리 양복 역시 지난 시대의 유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름은 채드위크요."

그러더니 갑자기 고비에게 손을 내밀며 그 영국인은 말한다.

"그렇지만 댁이나 숙녀분께는 사이먼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가 클라우디아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 별 너댓개짜리 식당들은 얼마나 콧대가 센지 최소한 15시간 전에 예약을 안해 놓으면 이렇게 요란을 떨어야 한답니다. 옷도 제대로 입어야 하고말입니다."

채드위크는 열을 낸다.

"사실 나는 마지막 몇 분 전까지도 내가 어디에서 먹을지를 모른답니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은 넥타이를 매는 것보다 코에 고리를 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죠. 난 식당마다 나체주의자들 좌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벌거벗고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말입니다. 이건 명백한 차별이라구요."

갑지기 채드위크의 눈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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