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인 일진의 반도체웨이퍼 일관가공(FAB) 사업 참여 발표는 그간 대기업에 의해 주도돼온 국내 반도체산업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대목이다. 특히 주력제품도 PC용 캐시 S램과 통신용 비메모리분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내 반도체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D램 일변도의 불균형 상황에서 벗어나는 신호탄 역할의 의미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진의 반도체사업 진출에는 현재 반도체사업 참여를 준비중인 여타 후발 업체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오너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항상 첨단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허진규회장은 이미 80년대 말부터 반도체에 뜻을 두어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때맞춘 미GE사와의 다이아몬드 특허분쟁으로 이 계획은 지연될 수 밖에 없었고 5년간 지속된 다이아몬드 분쟁이 종결된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진의 반도체사업 진출을 놓고 업계가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단독투자를 감행한 이유와 기술제휴선인 IDT사의 선정배경이다.
특히단독투자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초기투자액인 6천억원은 올 일진그룹의 전체외형인 4천억원(추정치)보다도 훨씬 큰 규모다. 일진은 이와관련 "초기 에는 합작투자도 고려했으나 의사결정문제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단독투자가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하고 "투자자금 충당도 허회장의 개인투자 와 계열사의 공동투자, 그리고 주요설비 등은 금융리스 등을 통해 확보해 나갈 경우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자금동원능력 등에 대한 항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업계는 일진의 단독투자 결정에는 자금동원 문제 보다는 반도체에 대한 오 너의 확고한 의지와 자칫 힘있는 해외 유력업체와 합작할 경우 먹힐수도(?) 있다는 판단이 커다란 작용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진이 반도체사업 조기정착을 위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대만의 TSMC사의 영업방식이 일진 에게 자신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일진이 반도체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유럽.일본 등 여러업체 가운데 특히 눈여겨 본 곳은 대만업체였다. 중견업체가 많은 대만의 정서가 일진과 비슷한데다 일단 D램을 제외한 니치마켓 품목이 강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처럼 일진이 무리를 해 단독투자를 한데에는 조기정착에 성공할 경우 2차투자부터는 바로 TSMC처럼 좋은 조건으로 수요업체의 지분참여를 유도해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상당부분 깔려있다.
기술제휴선으로 IDT사를 선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PC용 캐시S램과 비메모리의 핵심인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을 보유한 IDT는 FAB운영 의리스크를 줄여 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는 판단이다. 일진은 이미 8인 치웨이퍼 월 1만5천장의 생산능력 가운데 60~70%를 캐시 S램 생산에 활용하되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비메모리 파운더리 서비스용으로 전환해 나간다는유연한 생산체제를 세워놓고 있다. 이는 S램과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공정.
생산기술이유사하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후발업체로서 시장변화에 따른 대응력을 최대한 높여나가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파운더리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이미 올 초부터 미국내 유력 설계업체들에게 투자해 전진기지를 확보했으며 빠른 시일내에 해외 파운더리 영업 을위한 현지법인도 설립할 계획이다.
향후 고성능 PC의 수요확대로 시장전망이 밝은 캐시 S램과 비메모리 제품 간의 유연한 생산체제를 앞세워 반도체시장 진출을 감행한 일진의 앞날은 현재로선 밝아 보인다. 하지만 원자재.핵심설비 확보 등 후발업체가 해결해야 할난제 또한 적지않은 것도 사실이다. 업계전문가들은 특히 향후 반도체경기 와전문인력 보강문제 등이 일진의 반도체 시장 조기정착을 가름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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