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일반 부품업계는 강력한 스포트라이트를받은 반도체의 그늘에 가린 채 엔화가치의 변동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한해로 기록될 듯싶다. 특히 일반부품 의 최대 수요처인 가전산업의 위축과 정보통신산업의 급부상、그리고 세트업체의 해외생산확대 등으로 요약되는 전자산업 전반의 구조개편이 가속화하면 서 부품업계는 올해 사상 최대의 격변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올해 부품업계 최대의 이슈는 엔화가치의 급변. 엔화강세가 지속 되면서 상반기까지는 93년말부터 이어진 호황을 유지했으나、 2.4분기 말을 기점으로 엔고가 한풀 꺾이면서 부품업계의 고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엔고가 대일의존도 높은 국내 부품업계의 원자재 수입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엔화가치 하락은 일단 업계의 채산성 회복에는 다소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전반적인 관련세트 경기에 악영향을 미쳐 하반기 부품수요 격감의 주요 인으로 작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 부품업계의 또하나의 커다란 이슈는 줄곧 증권가에 무성했던 부품업체의 인수.합병(M&A)설과 이로 인한 중소 부품전문업체들의 심리적인 위축.
대기업들의공격적 M&A전략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모든 부품전문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돼 업계를 궁지로 몰았다.
실제로 올해만도 세라믹콘덴서 업체인 신한전자가 계열사인 한국전자로 흡수합병된 것을 비롯해 데크 및 튜너업체인 한국마벨이 한솔그룹으로、 스피 커유닛업체인 삼미기업은 남경그룹으로、 HIC업체인 도신정밀은 신호그룹으 로넘어가는 등 굵직한 부품업체들이 대기업에 인수됐다.
비전자업종 그룹들이 정보통신산업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아 래진행된 부품업체 M&A는 결국 상당수의 상장 부품전문업체들이 보통주 매입등 여유자본을 기업 방어전략에 사용함으로써 자금난을 악화시키기도 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칩저항 등 칩부품과 다층PCB(MLB)、 2차 전지 등대단위 투자가 요구되는 차세대 핵심부품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이 급부상、 전문업체들의 입지가 크게 위축된 것도 올해 부품업계의 뚜렷한 조류다. PCB 분야에서 삼성전기와 LG전자의 비약적 성장、 삼성전관.LG금속.태일정밀.대 우전자 등의 2차 전지사업 참여가 좋은 예.
삼성전기는 특히 올해 일반부품업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거의 전부문에서 독보적인 업체로 올라서 전문업체들의 영역을 위협했다. 이같은 대기업들의 대형 투자를 통한 사업확대는 전문업체와의 잦은 마찰을불렀고 부품업계의 "양극화"를 재촉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국내 부품산업발전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던 중급 부품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한 반면, 대형업체와 소규모업체들은 30% 이상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명암이갈 리기도 했다.
가전3사를 중심으로 한 세트업체들의 적극적인 세계화전략과 현지 부품구매확대에 따라 부품업체들이 독자적 혹은 세트업체와의 동반진출 형태로 해외로 빠르게 눈을 돌린 것도 부품업계의 주된 흐름으로 나타났다. 스위치.데 크.튜너.트랜스.스피커.자기헤드.코어.수정부품 등 상당수 부품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낮고 노동집약적인 품목의 해외이전을 위해 중국.동남아.멕시코 등을 찾았고 기존에 이미 해외진출한 업체들은 현지공장의 설비를 크게 확충、 증산에 박차를 가했다.
또한 그동안 장치산업이라는 업종의 특성상 해외진출의 어려움이 컸던 PCB 등 일부업종도 점차 해외진출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으며 국내합작 또는 단독 으로 진출한 외투업체들의 한국에서의 생산기지 철수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원자재 가격급등과 구득난이 그 어느 해보다 극심했던 것도 올해 빼놓을수없는 뉴스였다. 동 등 기초소재 가격의 급등세가 한해 내내 이어진 가운데핵심 원자재 구득난이 부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업계의 채산성을 크게 위협 했으며 심지어는 원자재가 없어 생산을 못해 부도를 내는 업체까지 발생했다. 특히 PCB업계는 기초소재인 얀(yarn)에서 비롯된 에폭시원판 품귀와 1년새 30% 가까운 원가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또 자기헤드(슬라이더).필름콘 덴서(베이스필름).자성부품(페라이트).커넥터(인청동) 업체들도 핵심 원자재 구득난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하반기엔 빠이롯트전자의 부도로 일반부품 에 고루 사용되는 마그네트 와이어 수급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올해 일반 부품업계에는 *정보통신 및 자동차용 부품 시장 활기 부품의 모듈화로 인한 회로부품의 절대수요 감소 *탈내수 및 탈로컬수출을 위한 직수출 확대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인력스카웃 빈발 *중국산 범용 부품의 국내시장 잠식 심화 *엔고의 영향으로 중급이상의 부품 대일 수출급 증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심한 부품산업 환경변화 속에서도 올해 부품업계는 지낸해에비해 평균 두 자릿수를 넘는 큰 폭의 외형성장을 거둘 것으로 잠정 집계되 고있다. 물론 전반적인 부품경기가 하반기 들어 급격히 내림세로 돌아서 내년도 전망 역시 상당히 비관적이지만 올 상반기의 호조와 설비증설로 전체적인매출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전자공업진흥회에 따르면 올해 일반부품의 국내 총 생산액은 95억2천2백만 달러로 전년대비 평균 28%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별로는 튜너 (47.3%).자기헤드(65.1%).전지(40%).소형모터(30.8%) 등의 수출이 큰 폭 의성장률을 나타내 전년대비 20%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수입도 크게 늘어튜너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품이 20~40%대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별표> 주요 품목별로는 콘덴서.저항기 등 회로부품이 주시장인 가전시장의 침체 로10% 안팎의 저조한 성장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의 매출성장 둔화가 두드러졌으며 PCB(34.2%).스위치(87.7%).커넥터(71.3%) 등 기구부품은 30~8 0%대의 고성장이 기대된다. 또 스피커.데크.튜너 등 AV부품과 트랜스.전지 등 전원부품도 부품전체 평균 성장률인 28%에 약간 밑도는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배.주문정.이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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