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뉴도쿄를 향하여 (3)

부토 댄서가 소리도 없이 무대 위로 올라와 있다. 그는벌써 조명을 받으며무대 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그 부토의 발이 천장에단단히 붙어 있다. 삭발한 머리와 흰 분이 칠해진 유연한 몸에는 아무 것도없이 팬티 비슷한 작은 천 조각만 하나 걸쳐져 있다.

고비는 프로그램을 들여다 본다. 부동자세(불동자세)에 대한 부토의 연구 인"침묵의 보디 랭귀지"인데 약 두시간 동안은 계속될 것 같다. 아니면 최소 한신일본 상공에 도착할 때까지는 할 것이다. 승객들은 벌써 고개를 조아리기시작한다.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는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한참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부토의 검은 눈이 그물모양이 되는데 초점은 정확히 보이지 않지만, 고비는 마치 자기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까만 충치를 내보이면서 입이 꽃봉오리처럼열리더니 갑자기 얼굴이 폭발한다.

그 다음에 일어난 상황은 마치 얼어붙었던 것이 터지는 것과 흡사하다. 기름기 있는 미립자처럼 기내에 기(기)가 터져 사방으로 튕겨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중국 무기상들은 충격으로 머리가 크게 움직인다.

클라우디아는 선 채로 한 바퀴를 뱅그르 돈다. 그녀는 우선 무대가 손상되었나 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고비가 있는 쪽으로 돌린다. 그에게 별일이 있나보려고라고나 할까? 무슨 일이지? 카를로스는 기의 파동이 다가오는 것을 피해 쭈그리고 앉는다. 기내의 불 이잠시 깜박거리더니 완전히 꺼진다. 혼란스럽고 겁에 질린 목소리가 어둠 속에 울리기 시작한다.

우주 비행기의 몸체가 떨리더니 갑자기 전복하여 청룡열차처럼 급강하를 시작한다. 이렇게 끝나는 것일까? 생명이 압축된 처절한 비명 사이에서도 고비는 이상스러우리만치 마음이 차분하다. 아무리 갑작스러운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 도준비는 할 수 있다는 말이 이해될 정도다.

그러더니 나갈 때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불이 들어온다. 급강하하던 우주 비행기도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에 걸린 것처럼 고도를 유지하기 시작한다. 약속이나 한 듯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휴"하는 소리가 나온다.

"괜찮소?" 어깨에 누가 손을 짚는 것이 느껴진다. 그 멕시코 야쿠자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침착한 사람 중의 하나다.

"그런 것 같습니다." 몸을 추스리면서 고비가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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