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즉흥적인 "인사관행" 시정해야

그룹계열사를 비롯한 전자 정보관련업체의 인사가 한창이다.

대우그룹등 일부 그룹사는 이미 정기인사를 단행했으며 나머지 대부분의그룹들도 예년보다 앞당겨 이달 중순께 정기인사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라는 보도다. 인사는 한해를 결산하고 내년도 계획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얼마만큼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 운영하는가가 회사 의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은 "인사는 만사"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이번에 인사는 기업들이 비자금파문의 상처를 씻고 거듭나는 데 초점을 맞춘것으로 발탁인사가 많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당초 계획보다 서둘러 정기 인사를 매듭지은 대기업들은 한결같이 승진의 기회를 부여해 그동안 자금이 나영업분야 담당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해온 관행에 비추어 볼 때 파격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제품판매에 어느 정도 자신을 가짐에 따라 단순한 판매경쟁에서 벗어나 나름대로의 얼굴 만들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행해진 균형감각을 살린 조치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수출분야의 인사는 예년보다 폭이 좁아졌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전자공업진흥회와 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수출은 금년의 성장률을 크게 밑돌 것은 물론 각종 수출장애요인이 도사리고 있는것으로 점쳐졌다. 전체매출중 수출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수출분야의 인사를 강화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국내기업의 단편적인 인사관행은 과거의 인사를 눈여겨 보면 설득력을 더한다.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편승해 국내 전자정보기업들이 해외시장 에눈을 돌리기 시작한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까지는 수출분야의 임원승진에 초점을 맞춰 인사를 실시했으며 해외 현지진출에 필요한 인재의 등용에 힘을 기울였다.

이같은 인사가 해외 현지공장을 설립、 가동하는 데까지는 큰 역할을 한게사실이다. 하지만 기술인력 중심으로 짜여진 인사로 인해 상당한 부작용을 감수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공장은 본래대로 가동됐지만 경영능력에서 뒤져 정상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초기 가동률이 50%를 밑돈 것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80년대 초부터 80년 중반까지는 외부로부터의 영입에 회사의 사활을 건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자관련 그룹에 영입된 외부인사 는대략 1백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10명 내외의 임원만이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즉흥적인 인사였나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사에 관한 한 가장 치밀하다는 IBM의 경우 임원으로 발탁하기 전에 맡을업무 등을 이미 본인에게 통보하여 상당기간 수련을 쌓도록 하고 있다. 이 기간중에 해당업무에 대한 노하우 축적은 물론 업무설계까지 구상토록 하는것이다. 우리의 인사관행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80년대 중반이후 90년대 초까지는 인력관리 담당자들의 대거 승진이 눈에띄는 시기이다. 그동안 수면하에서 진행됐던 노조활동이 표면화함에 따라 노사관계에 대처하기 위한 인사였던 것이다.

이같이 우리 기업의 인사는 정부의 성격과 맞물려 진행돼 온 것을 부인할 수없다. 당면한 현안을 슬기롭게 이기는 것이 성공적인 기업경영의 중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인사가 성공적인 경영을 이루는 도구로써 한몫을 할 수는있으나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일 수는 없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임원진의 전공살리기도 생각해볼 일이다. 각 분야별로 전담인원을 육성하는 듀폰사의 인사제도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더 이상 정경유착에 초점을 맞춘 인사가 계속돼서는 안된다.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인사정책이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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