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65)

갑자기 몸을 바로 세우면서 고비는 묻는다.

"그거 무슨 음악이죠?" "아, 방금 그거요?" 다이얼을 만지작거리며 도르헤가 묻는다. 화면이 흐려지면서 지직거리는소리가 난다.

"순간 순간 변하는 당신은 내사랑.

내사랑.

순간 순간 변하는 당신을 감싸주겠노라 생각했지만 나는 무일푼 신세……." 사이보그 DJ가 곧이어 등장한다.

"추억의 가락이었습니다. 여러분은 휴이와 헥사그램이 불모의 땅 FM지국에 서보내드리는 생방송을 보고 계십니다. 걱정마세요! 전 진짜 킹 알폰소 아제리오소입니다. 응급생명보급선 덕택에 아직도 버티고 있답니다. 저 말고도 살아 있는 사이보그가 이 스튜디오에 몇 되지만 자원봉사하실 분들 얼마든지오십시오. 또 남아 있는 신경조직이라도 유용하게 쓰고 싶은 분들은 즉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농담이 심했나요? 자, 이제 신청곡 시간입니다."DJ는 종(종)이 달린 익살꾼의 모자를 쓰고 있다. 이마에 나선모양의 문신이눈에띈다. 두꺼운 장어가죽 신경안경을 끼고 있다. 입을 열 때마다 혀를 낼름거 리는 것이 보인다.

대시보드의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비는 점점 앞좌석 쪽으로 몸을 숙인다. 혀가 나오는 작은 구멍만 빼고 DJ의 입술은 코일로 꿰매져 있다.

"알폰소 아제리오소 아시죠?" 도르헤는 고비를 돌아보며 묻는다.

"진짜 웃기는 녀석이랍니다. 아니, 지금 한 말 취소하죠. 녀석이 어디까지진짜인지를 모르겠으니 말입니다." 족제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틀림없이 혼혈일 것이다. 반은 현대 후반기의 초보적인 응용박스에서 나왔고 나머지 반은 구형 대화식 고슴도치 칩세트에 서 나온 것 같다.

"그런데 방송을 어디서 한다는 소리죠? 불모의 땅 FM이면 어딥니까? 한번도 못들어본 것 같은데." "무허가 라디오 방송국입니다. 사토리시에서 나오는 거죠. 사토리시라구요 고비는 깜짝 놀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죠? 사토리시는 산산조각나지 않았습니까? " "아직 몇 섹터는 남아 있거든요. 하나같이 불법이죠. 사고전에 이미 무단 입주한 자들입니다. "불모의 땅"이라는 데에 불법으로 들어가 있는 겁니다.

미리비상식량이나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해 놓았던 모양입니다. 지진에 대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토리시 같은 지진지역에서는 좋은 생각이겠죠."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