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63)

층계 꼭대기에서 기다리는 도르헤를 바라보며 타라는 한숨을 쉰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색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 느꼈어요." "그건 사실이오. 그럴 여유만 있다면." 고비가 활발하게 되받는다.

"그래도 날 매력 있는 여자로 본다니 기분 나쁘진 않네요." 신호나 받은 것처럼 고비는 다시 타라에게 다가선다. 하지만 이번에는 타 라가 넘어가질 않는다.

"혹시 도르헤가 남자친구인가요?" 뒤로 물러서면서 고비가 놀라 묻는다.

"아뇨. 안그래요. 그러기엔 우린 너무 가까운 사이예요."타라가 웃음 섞인 답을 한다.

"미안하오. 그냥 궁금한 것뿐이었소." "미안할 것 없어요. 단지 그냥……." "그냥 뭐요?" "양기(양기)를 보존하셔야 하거든요"하며 재빨리 발뒤꿈치를 올려 그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기습공격이라고 할까.

"뭐라구요?" "자, 고비씨! 늦었습니다!" 도르헤가 소리친다. 손가락으로 열쇠꾸러미를 돌리고 있다.

"지금 가는 곳에서 필요하게 될 거예요"하며 타라는 고비를 바깥쪽으로 민다. "내 양기가요?" "그렇다고요. 양기와 음기,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이오." "아이구, 고맙구려. 인삼이라도 한 뿌리 먹어야겠는 걸요, 이거?" 타라는 작은 봉투를 손안에 넣어준다.

"포티약이에요. 시차에도 좋고 양기를 너무 과용할 경우에도 좋을 거예요.

" "정말 세심하군요." "이제 가세요. 도르헤가 화낼 것 같네요." 마침 그 라마는 고비를 데리러 층계를 내려오고 있다.

"지금 갑니다." 그리고는 손에 든 봉투를 가늠하며 장난스레 묻는다.

"이것 가지고 시차하고 양기 다 커버할 수 있겠어요?""그거야 본인에게 달렸겠죠. 타라도 지지 않고 응수한다.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잘 있어요." "안녕히 가세요." 고비는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드디어 왔군요." 다가오는 고비에게 도르헤가 잔소리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도르헤의 탄트릭 택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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