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난의 시대 (59)

고비는 도르헤가 나무로 된 손잡이에 달린 염불바퀴를 꺼내는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돌리기 쉽게 하기 위해 달아 놓은 작은 납덩어리가 가죽끈과 함께 원통(원통)에 매달려 있다.

고비에게 살짝 윙크를 해보이며 도르헤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이것은 마니라는 건데 탄트릭스의 최근 버전인 바즈라 4.2가 들어가 있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건 바이러스가 없으니까요. 마음을 비우십시오.

그러면모든 게 제 스스로 다가올 것이고 알아야 할 것은 다 알게 될 겁니다. 고비는 잠깐 타라에게 눈길을 준다. 타라는 이미 가부좌를 한 것이 완전히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녀의 호흡이 고르면서도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시작할까요?"하고 도르헤가 묻는다.

반가부좌 상태에서 최대한 편한 자세를 취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도르헤가 염불바퀴를 돌리고 염불을 외우기 시작하자마자, 고비는 이것이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감지한다. 바퀴를 빠른 속도로 돌리자 프로그램 이작동을 시작하는데 하드 드라이브가 옴마니수트라 경전이 들어 있는 실린더에 설치되어 있다.

고비는 눈을 감는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하늘 아래에 하얀 눈이 덮인산이 머릿속에 입력된다. 사르르, 사르르. 영상 편지로 채워지는 가상 우체 통처럼 그의 셋째 눈이 열린다.

어딘가 멀리서 도르헤가 로랭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들린다 …….

그는 돌과 뼈가 이리저리 널려 있는 계곡을 응시하며 거대한 수도원에 서있다. 티베트어를 하는 그의 앞에 도르헤가 있다. 그런데 도르헤가 도르헤 같아 보이지 않는다. 이가 빠지고 쭈글쭈글한 노승(로승)이 되어 다 떨어진승복을 걸치고 있다.

고비 자신의 모습도 알아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젊고 잘생긴 얼굴에 길고 검은 머리를 하고 있다. 펠트로 된 장화를 신은 채 채찍을 들고 있다.

노인의부름을 받고 바람처럼 말을 타고 오는 길이다.

고비의 마음이 탁탁 소리를 낸다. 그는 어느 왕이더라? 고팔라 아니면 데 와팔라왕의 신하이다. 어쨌든 해골 표주박 같이 생긴 이 늙은 중하고는 차원 이다르다. "자네는 이단이지만 귀신 쫓는 일에 날 도와줄 조수로 쓰기로 했네." "귀신이라면 어떤 귀신입니까?" 얼굴을 할퀴고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 젊은 기사는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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