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국제 "토론테이블"서 세계화 싹튼다

"세계화"라는 말은 사용된지 얼마되지 않았으면서 벌써 진부한 느낌을 주는용어가 돼버렸다. 세계화가 이미 완성되었다거나 상당한 진척을 보았기 때문인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많은 것이 구호로 그치고 마는 우리의 현실속 에서 "세계화"가 그 후에 일어난 다른 관심사들에게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기실,세계화가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기미는 찾아보기 힘들며 어쩌면 추상적 인구호로서 그 수명을 다할 것 같은 조짐도 있다.

"지구촌"이라는 용어가 함축하고 있듯이 정보통신과 운송수단의 발달은 세계를 한 마을과 같이 가깝고 긴밀한 관계로 만들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산업의전반에 걸쳐 우리생활이 세계각국의 영향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되었고또 반대로 영향을 주게 되었다. 따라서 과거 민족 전통속에 형성된 생활요소 들은 이제 세계성의 조명아래 보정되어야 하고 자기생존에만 치중했던 국가 역할이 세계평화공존을 위해 기여하도록 승화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세계화 는 한 시절을 풍미하다 사라지는 구호일 수는 없으며 지극히 구체적인 우리생활 현실 그 자체인 것이다.

"세계화"는 경쟁과 협력의 양면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협력을 통한 공존이 되겠으나 이에 도달하는 노정에는 각양각색의 경쟁이 관문으로 놓여있다. 더욱이 지구촌의 새로운 공존질서가 수립되기까지는 산업 전반에 걸쳐서 국가단위의 경쟁이 극렬하게 전개될 수 있으며 이것은 뒤이은 세계산업구조 재편을 좌우하게 된다. 이러한 모든 경쟁과 협력의 장에서 세계각국과 대등하게 참여하고 기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세계화"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지침이 된다.

산업에 있어서 제품화.서비스화 과정을 연구-표준화-개발-판매의 4단계로 구분한다면 일반적으로 판매단계에 가까울수록 경쟁성이 강하고 연구단계에 가까울수록 협력성이 강하다. 연구단계, 표준화단계에 있어서는 세계각국의 대등한 참여가 가능한 "국제학술회의"와 "국제표준회의"가 있다. 산업부문의 국제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려면 이에 앞서 이들 열린 교류의 장에서 인정받는 위치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곧 그 나라 제품과 서비스품질에 대한 인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 나라의 학술 및 기술수준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이에 걸맞는 실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기초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 결과는 논문과 기고문의 형태로 구체화되어야 하며 국제회의 참석과 발표로 이어져야 한다.

다행히 최근들어 국제학술회의나 표준회의 참가가 크게 활성화되고 또 국제회의를 국내에 유치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발표논문과 기고문의 수효도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보여 ICC/GLOBECOM의 경우 90년도 10편에 불과하던 논문이 95년에는 56편으로 대폭 증가했고 ITU-T의 경우 90년도 10건에 불과했던기고문이 95년에는 1백5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국제교류가 그만큼 진척된 것을 의미하고 또한 학술 및 기술연구수준이 그만큼 향상된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아직 시작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회의 개최나 참석은 세계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단계에 불과하고 논문이나 기고문 발표 또 한아직 세계화 문전에 와있는 것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문을 열 고들어가서 "세계화"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회의의 각종 위원회에 적극 참석해야 한다. 각종 연구위원회, 운영위원회, 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 애드호크(특별)위원회 등에 참석하여 세계 각국 대표들과 나란히앉아 함께 토론하고 결정에 참여하며 나아가서는 주도적인 위치에 진출하도 록해야 한다. 이때 비로소 세계공존과 발전을 위한 대등한 동반자위치에 서게되고 이러한 활약이 모든 분야에 확산될 때 "세계화"는 성숙단계에 이르게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들어 국제학술회의와 국제표준회의에 있어서 여러가지 고무적인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93년 대전EXPO를 기점으로 한국통신학회 의에 의해 발족된 APCC(아시아.태평양 통신학술대회)가 일본.중국.호주.대 만. 홍콩.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로 순환 개최되는 아태지구 최고권위의 국제학술대회로 발전하고 있고 ITU와 ISO 등 국제표준회의에 있어서도 한국대표들이 여러 위원회에 간부로 진출하고 있으며 또 최근 ISO/IEC 의SC27회의에서는 한국이 제안한 전자서명 표준안이 세계 표준안으로 채택되는등 세계화의 힘찬 진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하도록 국제학술 및 표준회의 참석자는 모두 한가지 이상의 위원회에 반드시 참석하고 또 거기서 봉사하도록 해야 하겠다. 이것은 "세계화"실천을 위한 포석이자 발표논문 및 기고문의 증가에 상응하는 국제회의 구성원으로 서의 책무라 할 수 있다.


브랜드 뉴스룸